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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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사건 53년 만에… 고개숙인 국방부

암매장 공작원 4명 유해 발굴
벽제묘지에서 개토제 거행
“희생된 고인 명예회복 노력”
김용현 국방장관 대독 사과

국방부가 15일 실미도 사건과 관련,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건 발생 53년 만에 처음 공식 사과했다. 국방부는 이날 경기 고양시 벽제묘지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개토제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실미도 사건은 1968년 북한 침투를 목표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1971년 실미도를 탈출해 서울 진입을 시도하다 20명이 현장에서 사살되고 생존한 4명이 사형된 사건이다.

이날 개토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가 암매장 장소로 추정한 벽제묘지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국방부, 진화위, 행정안전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 △국방부 장관 사과문 대독 △제례 △추모시 낭독 및 추도사 △시삽 순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사형 집행된 뒤 암매장된 4명의 넋을 위로하고 유해를 발굴할 수 있길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이 대독한 사과문을 통해 “실미도 사건으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서 겪으신 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에서 열린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개토제에서 고 이서천씨 동생 이향순씨(앞줄 왼쪽 세 번째) 등 유족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화위는 앞서 2022년 불법 모집,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의 유해 암매장, 대법원 상고 포기 회유 등 실미도 사건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국가 사과, 유해발굴 등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실미도 사건의 사과 방식 등에 대해 유가족과 지속해서 협의해 왔으며, 유가족 동의에 따라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국방부 장관이 사과했다.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은 대외협력담당관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오랜 세월 가족의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채 기다려 온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개토제를 시작으로 유해가 발굴돼 안치됨으로써 실미도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유가족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고인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