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에서 끝내자” VS “플레이오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야구 삼성이 LG와의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대구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독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서울 잠실로 무대를 옮겨 열리는 17일 3차전 결과에 따라 시리즈가 조기에 끝나느냐, 장기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느냐가 갈리게 된다.
삼성 입장에선 내친 김에 3차전에 바로 끝낸다는 심산이다. 역대 5전3승제로 열린 PO에서 1,2차전을 한 팀이 모두 이긴 경우는 18번으로, 그중 15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확률은 83.3%로,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진출에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삼성의 목표는 KS 진출이 아니라 우승이다. 이를 위해선 하루라도 먼저 PO를 끝내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삼성이 PO 조기에 끝내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정규시즌서 타율 0.343(493타수 169안타) 33홈런 115타점 13도루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찍은 팀 타선의 핵심이자 선수단 주장인 구자욱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구자욱은 15일 2차전 1회에 도루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꺾여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소견을 받았다. 최소 3,4차전은 나올 수 없다. 구자욱이 경기 초반 빠지고도 홈런포 5방을 터뜨리며 2차전을 잡아낸 삼성이지만, 구장 규모가 가장 큰 잠실에선 홈런을 이렇게 뻥뻥 때려내기 힘들다. 시리즈가 길어지면 팀 내 최고 타자인 구자욱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삼성이다.
지난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 건설을 천명한 ‘디펜딩 챔피언’ LG는 벼랑 끝에 몰렸다. 역대 PO에서 단 세 팀이 달성해낸 ‘리버스 스윕’을 노린다. 가깝게는 지난해 PO에서 KT가 NC를 상대로 2패 뒤 내리 3연승을 거두며 KS에 진출한 바 있다.
LG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차전 선발투수의 무게감이 LG가 앞선다는 점이다. LG는 3차전 선발로 임찬규를 내세운다. ‘엘린이’(LG 어린이팬) 출신인 임찬규는 지난 6일 준PO 2차전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챙긴 데 이어 11일 5차전에서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라 6이닝 1실점으로 2승째를 챙기며 준PO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가을 남자’로 거듭난 임찬규로선 1,2차전에서 홈런포만 8개를 맞으며 초토화된 LG 마운드의 구세주가 되어줘야 한다. 임찬규의 올해 정규시즌 삼성전 성적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22로 나쁘지 않았다.
삼성도 3차전 선발로 ‘삼린이’(삼성 어린이팬) 출신의 황동재를 내세운다. 황동재는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 지명을 받은 ‘성골’이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르는 황동재는 올 시즌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5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황동재는 “단기전에서는 엔트리에 있는 모든 투수가 등판해 점수를 막아내면 되는 것”이라며 “내가 긴 이닝을 소화하면 좋겠지만, 일단 팀이 이길 수 있게 매 이닝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서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고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