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노인들이 계속 늘어나 4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 세대보다 경제력과 교육 수준이 높은 ‘1차 베이비붐(1955년~1963년생)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됐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2008년부터 3년 주기로 65세 이상 노인의 사회·경제적 활동, 생활환경, 가치관 등을 조사하며, 지난해에는 노인 1만78명을 방문·면접을 거쳤다.
이번 조사에서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이나 재산 상속, 장례 방식 등에 관한 가치관 변화가 두드러졌다. 재산 상속 방식은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상속’ 51.4%, ‘자신 및 배우자를 위해 사용’ 24.2%,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많이 상속’ 8.8%,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에게 많이 상속’ 8.4%, ‘장남에게 많이 상속’ 6.5% 등이었다.
이 중 재산을 상속하기보다는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2008년 첫 노인실태조사에서는 9.2%에 불과했으나, 2014년 15.2%, 2017년 17.3%, 2020년 17.4%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 이번에 20%를 넘겼다. 장남에 더 많은 재산을 주겠다는 응답은 2008년 첫 조사에서 21.3%에 달하다 2020년 13.3%까지 떨어진 후 지속해서 감소하다 이번에 6.5%까지 떨어졌다.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도 등장했다.
노인 가구 연간 소득은 2020년 3027만 원에서 지난해 3469만 원으로, 개인 소득은 1558만 원에서 2164만 원으로, 금융 자산 규모는 3213만 원에서 4912만 원으로, 부동산 자산 규모는 2억6183만 원에서 3억1817만 원으로 모든 항목에서 2020년 조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교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라가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비율은 2020년(28.4%)보다 2.8%포인트 증가한 31.2%, 전문대 이상 학력은 2020년 5.9%에서 1.1%포인트 증가한 7.0%로 조사됐다.
일하는 노인은 2017년 30.9%, 2020년 36.9%, 지난해 3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종사 직종은 단순 노무 33.0%, 농림어업 숙련노동 20.3%, 서비스 종사자 14.4%, 판매 종사자 1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재산 상속에 관한 가치관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재산을 상속하기보다는 본인이 사용하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