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성공과 실패 중 어떤 확률이 더 높을까. 어떤 관점에서 정책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책 과정 관리의 전략과 급소가 달라진다. 성공에 관심을 두면 당장 요구되는 정책 추진의 조건과 자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나, 실패에 초점을 돌리면 정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중장기적 시각에서 종합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게 된다.
정책의 의미는 다양하나 분명한 것은 정부와 국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서 국민에게 무엇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며, 국민은 정책과 그 결과를 통해서 정부가 하는 일이 정당하고 국민이 필요한 것이며, 그 일을 잘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흔히 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은 정책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줄었다는 의미이다. 즉 정책의 목표가 달성된 상황이나 결과를 말하며, 그 반대가 정책 실패로 지칭된다.
오랫동안 정책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질문은 성공적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이다. 다양한 이론적 주장과 연구 결과들이 쌓였는데, 대부분 정책 자체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예산과 같은 집행에 필요한 정책자원의 충분한 확보, 그리고 대상 집단의 순응 등이 강조되었다. 우리의 현실을 보더라도 정책 과정에서 정부가 제일 신경을 쓰는 단계가 정책을 만드는, 즉 결정 단계이다. 또한 부처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며 한편으로 대상 집단의 강력한 반대가 없도록 조치하는 데 노력을 쏟는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노력으로 정부 정책이 과연 제대로 된 효과를 발생하여 국민이 불편해하는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만족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이다. 정부는 성공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그렇지 못하다면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흔히 간과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정책의 상호 연관성이다. 정책이 단일한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다른 정책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하나의 정책을 볼 때 그 정책만의 단일 효과도 있지만, 다른 정책들과 연계적 집행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의 정책문제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어서 단일 부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악한 난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의 상호 연관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얼마 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사이버위협 대응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현황에 따르면 내년 정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1.8% 늘어난 29조7000억원으로 편성된 반면 사이버위협 R&D 예산은 8.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사이버보안 R&D 확대 방침을 담은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은 역행하는 모습이어서 해당 부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럽다.
사이버안보라는 상위 계획과 부처의 하위 정책 사이의 연관성이 무너진 모습이다. 이 사례의 하나로 정부 부처 간, 기관 간 정책 연관성 부족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부처는 열심히 일하지만, 연관된 상위정책이나 다른 부처의 정책이 작동할 수 없거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없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결국 부처 간 경계와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이 문화처럼 자리 잡지 않는 한 단일 부처만의 시각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성공보다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입안 시 무엇을 세밀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