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집주인에게 누수 문제에 관한 해결을 요청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자 건물 전체 수돗물 공급을 막은 60대 세입자가 처벌을 유예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만)는 수도불통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4월12일 오후 8시45분쯤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빌라의 수돗물 배관 밸브를 잠근 뒤 열지 못하도록 그 위에 자신의 차를 세워둔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건물의 지하 1층에 거주하던 중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계속된 하수관 누수 문제에 불만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문제를 건물주에게 알리고 수리를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한때 빌라 1층에서부터 7층까지, 17세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배관 수리 요청을 하고자 건물주를 만나려고 했을 뿐이다”라며 “빌라의 수도 공급을 막을 고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물 전체에 단수가 되면 건물주인 집주인이 나올 것을 알고 밸브를 잠근 것은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예고 없이 임의로 수도 밸브를 잠그는 행위가 사회 통념상 긴급성을 충족하는 정당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도관을 잠가 먹는 물 공급을 막아 다수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누수 문제로 계속 고통을 받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건물주가 연락받지 않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