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각종 악재에 흔들리는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팔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가 이미 반영된 만큼, 앞으로 주가가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내년엔 경기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5만전자'의 주가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외국인들은 3000억원 가까운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역대 최장인 2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46% 내린 5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 어렵게 회복한 '6만전자'에서 이틀 만에 밀려났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273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종목 1위 역시 삼성전자였다. 이로써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이날까지 2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면서 기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25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은 2022년 3월 25일에서 4월 28일까지로, 당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물가가 급등하던 때다.
26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1조13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2500원에서 5만9500원으로 17.93%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 주가가 대부분 선반영됐다고 본다. 향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7만∼8만원 수준으로 오르긴 어렵다. 내년에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이것도 눈여겨봐야하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에는 메모리 사업 부진으로 15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메모리 칩 부분은 국내 라이벌인 SK하이닉스보다 여전히 뒤처진 상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분에서도 대만의 TSMC에 밀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에 쫓기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의 판매 실적은 전작과 비교해 큰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등을 기대하는 개미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개인의 삼성전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16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 금액은 1조 525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전체 신용잔고 10조 4796억원 가운데 10%가 삼성전자에 쏠린 셈이다.
이 같은 빚투 규모는 8일 951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14일 1조 567억원으로 기록을 새로 썼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렸다. 맥쿼리 역시 삼성전자 목표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반토막냈다.
주가는 지난 8일 3분기(7~9월)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인 10~11일 종가 기준으로 5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면서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