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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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디지털·고령화로 안경산업 성장… K안경 ‘부활의 빛’ 찾는다 [K블루오션을 찾아라]

⑤ 쇠락하는 K안경 태국시장 주목

선진국 프리미엄·중국 저가제품 공세에
韓, 세계 2위 안경 수출국서 끝없는 추락
泰 근시·시력교정 인구↑… 수출량은 미미
젠틀몬스터, 泰에 스토어 오픈 매출 급증
한류·디리스킹 업고 신시장 개척 기대

1990년대 세계 2위의 안경 수출 대국이었던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시장서 맥을 못추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 상승과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서 K안경은 최근 사양산업의 하나로 불린다. 최근 5년만 봐도 2018년 1억2300만달러였던 한국 안경테 수출액은 지난해 8511만달러로 30.8% 급감했다. 해결책으로 국내 안경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꼽히지만, 당장 K안경 부활의 발판이 될 신(新)시장을 찾는 게 급선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태국을 K안경 부활의 무대로 주목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태국 안경 산업의 매출 전망치는 5억3690만달러(약 7300억원)에 달한다. 2020년(4억190만달러) 대비 25% 이상 늘었다.

배우 겸 가수 이준호가 지난해 8월 방콕에서 열린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모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제공

태국 안경 산업 부흥의 배경엔 사회적 요인이 자리한다. 우선 태국 내 디지털 보급률이 높아진 탓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지털 스크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눈 건강 문제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특히 태국 어린이들이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이 일평균 5시간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고, 8∼13세 어린이에게 근시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고령화로 인한 시력 교정 기기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태국은 2005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에 도달하면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대(對)태국 수출액은 183만달러로, 1위 중국(1억1038만달러)의 60분의 1 수준이다. 태국의 안경 수입 총액은 2020년 1억174만달러에서 1억5112만달러로 35% 늘었고 같은 기간 중국의 수출액도 34% 증가했지만, 한국은 171만달러에서 183만달러로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점유율은 떨어진 것이다.

최근엔 기회를 맞고 있다. 코트라 태국 방콕무역관은 “태국 내에선 ‘자발적 한류의 현지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만화, 게임 등 K콘텐츠 인기가 태국 내 뷰티, 푸드,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의 소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경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지난해 8월 태국 방콕 엠쿼티어 쇼핑몰 내에 104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K팝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를 모델로 기용했다. 또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 행사에는 태국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였던 드라마 ‘킹더랜드’의 주인공인 배우 이준호를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한류 마케팅으로 매출 증가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한 디리스킹도 K안경의 기회로 꼽힌다. 퍼스널 아이웨어 브랜드 ‘브리즘’의 박형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안경을 믿을 만한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 6개국 정도”라면서 “한국,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은 인건비 문제로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하므로 (글로벌 안경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세계일보·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