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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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 앞두고… 野 분열에 웃음 짓는 자민당

289곳 중 여야 1대1 구도 45곳 그쳐
野, ‘비자금 파문 사태’ 반사이익 계산
후보 단일화 대신 각자도생 전략 택해
비난여론 부담컸던 자민 “유리한 싸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본 총선이 15일 공시되고 각 당별 공천 후보가 공개되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가 요미우리신문에 한 말이다. 선거구 289곳 중 여당과 1대 1 구도가 만들어진 게 45곳에 불과해 야당의 분열이 선명하게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비자금 파문에 쏠린 차가운 여론에 고민이 깊은 여당 자민당으로선 호재다.

지난 7일 중의원에서 질문하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오른쪽)와 답변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교도연합뉴스

16일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의원(하원) 전체 선거구 289곳 중 45곳에서만 여야 1대 1 대결이 펼쳐진다. 직전 2021년 총선 때의 132곳보다 크게 줄었다.

야당들은 비자금 파문 당사자인 자민당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각개약진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입헌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정권교체를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은 2021년 총선에서 공산당 등과 협력했으나 자민당이 주장한 ‘입헌공산당’ 등의 프레임에 갇혀 패배한 바 있다. 노다 대표는 자민당에 실망한 보수층을 껴안기 위해 공산당과의 연립정권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공산당은 “공동투쟁의 조건이 훼손됐다”며 142곳에 자당 후보를 냈다. 2021년 선거의 48곳보다 3배 정도 많다. 일본유신회는 제1야당을 목표로 하고 있어 후보 조정에 응하지 않을 방침을 이미 밝혔다.

요미우리는 “자민당 내에서는 ‘야당표가 분산돼 유리하게 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이 비자금 파문과 관련된 자민당 의원의 지역구 44곳이다. 입헌민주당은 정치자금 문제를 상징하는 이곳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야당 후보단일화를 촉구했지만 1대 1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건 6곳에 불과하다. 요미우리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자민당 의원이 사직하면서 실시된 지난해 4월 지바5구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 4명이 나선 결과 자민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전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후보자 342명 중 97명(28.4%)이 세습 정치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전날 후보 등록을 마친 전체 출마자 1344명 중 10.1%인 136명이 세습 정치인이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