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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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헌법재판관 추천 수싸움 팽팽… ‘이종석 연임’도 변수

李 소장 등 3명 17일 퇴임

與 “관행대로 여야 1명씩 추천 뒤
나머지 몫 1명은 합의해야” 주장
野 “의석수 비례해 2명 몫 줘야”

與, 李소장 연임 방안도 물밑 검토
野 “尹 대학동기 절대 불가” 반발
정계선·김성주 유력 후보 물망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3명이 17일 퇴임한다. 당분간 헌재 ‘6인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여야는 국회 몫 재판관 3명 선출 절차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소장 등 임기가 만료된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 추천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국회 몫 3명을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로 1명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의석수 등을 이유로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시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년 이상 된 관행과 전통에 의하면 3명인 경우 각자 여야 1명씩, 1명은 합의로 하는 게 국회 전통”이라면서 “그걸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의석수에 비례해 2명을 추천하는 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고 향후 변동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추천 인원뿐 아니라 ‘이 소장 연임’도 후임 헌법재판관 선출을 둘러싼 물밑 협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파악됐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관 임기(6년) 종료를 10개월 앞둔 지난해 12월 유남석 전 헌재소장 후임으로 취임했는데, 여권 내에서는 이미 국회 통과 절차를 거친 바 있는 이 소장을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재추천해 연임시키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당은 이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에서 헌재소장 또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고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소장 연임 관련 논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헌재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야당은 이 소장 연임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 동기인 이 소장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교체 대상 1순위’로 꼽는 기류다. 여기에는 헌재가 지난 1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제기한 헌재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법상 사건 심리는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7명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헌재가 ‘헌재법 효력정지’라는 고육지책으로 이 위원장 탄핵 심판을 계속할 수 있게 되자 야당이 되레 허를 찔렸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헌재소장의 임기가 법에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장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법원장이 연임한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 헌재소장 연임은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헌법재판관 후보를 추천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선(사법연수원 27기) 서울서부지법원장과 김성주(〃 26기) 광주고법 판사가 유력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새 헌법소장 및 재판관 추천 논의는 국감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당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중립적 인물을 내세워도 여당이 받아들일 리 없는 만큼 합의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