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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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

2022년 10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살이 빠져서 건강해 보인다. 비결이 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머스크가 13kg 감량 비결로 “단식, 위고비(wegovy)”라고 응답해 화제가 됐다. 이어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이 매릴린 먼로의 옛 옷을 입기 위해 3주 만에 7kg을 감량했을 당시 위고비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순식간에 ‘셀럽들의 비만치료제’로 소문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대박’에 힘입어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 루이뷔통을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6월 출시한 비만치료제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해 준다. 노보노디스크는 몸에 주사만 한 방 놓으면 이런 효과가 1주일 지속되고, 68주간 꾸준히 맞으면 체중을 평균 15%가량 감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키고, 음주·흡연 욕구까지 줄여준다고 해 몸값이 치솟고 있다.

15일 위고비 국내 출시와 동시에 유통 회사의 주문 서버가 다운되는 등 벌써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온 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병·의원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해서다. 국내 출시 가격은 4회 투약분이 37만2025원. 하지만 비급여의약품이고 찾는 환자들이 몰려 벌써 80만원선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향후 한 달간 위고비 불법 판매 및 광고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비만은 21세기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통한다.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14%) 수준인데 2035년이면 19억명(24%)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과연 인류가 약으로 비만을 다스리는 시대가 임박한 걸까. 위고비를 끊으면 다시 살이 찌고, 속이 메슥거리고, 근육이 빠지는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의료계는 아직 약물만으로 인간이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위고비 열풍이 아무리 강해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의 효과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