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당차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9일 60대 A씨는 심각한 경련 증세를 보이며 119 구급대를 통해 분당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 측은 A씨를 수용하지 않고, 대신 항경련제를 두 차례 투여한 후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119 신고 당시 이미 30분 넘게 경련 증상을 보였고 의식도 없었다.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에 따르면, 이런 상태는 최상위인 1∼2등급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처음부터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고, 이송 도중 상태가 악화되어 급히 분당차병원 응급실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신경과 등 배후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렸고, 그 결과 응급처치만 진행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병원에 약 9분간 머물렀고, 119 구급대는 병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응급의학계에서는 분당차병원의 처치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15분 이상 경련이 지속되는 ‘경련중첩’ 상태는 긴급한 상황으로, 환자가 신고 당시 30분 넘게 경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배후진료 가능 여부를 떠나 일단 환자를 수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분당차병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만큼, 즉시 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송 과정에서도 의문점이 남아 있다. A씨의 거주지는 분당차병원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이며, 인근에는 분당제생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라는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다.
그러나 119 구급대가 처음부터 용인세브란스병원을 목적지로 삼았다는 사실은, 다른 분당권의 3개 병원 모두 환자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측은 분당차병원이 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 가능 여부를 119에 문의했고, 항경련제 투여 이후에도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환자의 이송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경련중첩 환자는 사망할 수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며, 전원 요청 당시 신경과 의사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환자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내과 중환자실에 있으며, 상태가 매우 나쁘고 사망 가능성도 있다는 전언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의 미수용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분당차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에 인력을 파견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아직 정식 조사는 착수하지 않았지만,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을 경우 정식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