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또다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탄생했다. 보수 진영은 주요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며 10년 만에 교육감 자리 탈환을 노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문재인정부에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근식 후보는 진보진영 단일화 추진기구에서 공식 추대한 후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당 개입이 금지됐지만 진보와 보수 성향 후보가 맞붙으면서 시종 일관 여야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유세 과정에서 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조 후보는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내세우며 진영 대결을 하기도 했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보수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 합은 50% 이상으로 진보 단일후보인 조 전 교육감(38.1%)보다 높았다. 서울 시민들이 사실상 보수 교육감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2년 뒤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가까스로 조 후보를 공식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또다시 패배하며 4연패 기록을 세웠다.
‘조희연 심판’을 내건 조 후보를 제치고 ‘조희연 계승’을 내건 정 후보가 당선되면서 기존에 조 전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혁신학교 등의 정책들은 모두 생명이 연장됐다.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처럼 학생인권조례 지키기에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진보 교육감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 교권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가 폐지안을 통과시켰으나 조 전 교육감은 대법원 제소 등으로 맞서왔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불협화음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 전 교육감은 교육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거나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정 후보도 교육부가 내년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고 하는 등 유세 과정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조를 이어갔다.
기초학력 문제는 정 후보에게 숙제로 남았다. 학부모 사이에선 경쟁을 지양하는 진보 교육감의 기조가 학교에서의 평가 소홀로 이어졌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편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유권자 832만1972명 중 195만3852명만 참여하며 최종 투표율이 23.5%에 그쳤다. 지난해 실시된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26.5%)보다도 낮은 수치다. 교육감 선거만 단독으로 평일에 치러진 데다가 시민들의 관심이 낮았던 것이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직선제로 치러지는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