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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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0곳서 거부 당한 50대, 6시간 ‘뺑뺑이’ 끝에 사망

의료진 부족 등으로 수술 지연
정부 “필요시 직접 조사”

경남 거제에서 복통을 호소했던 50대 남성이 병원 10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전 3시28분쯤 거제 연초면에 사는 50대 남성 A씨가 복통과 구토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사설 구급차 관계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A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며 인근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진통제를 맞고 귀가했다.

 

그러나 다시 심한 복통이 나타나 구급대에 신고했다. A씨는 아랫배 통증과 구토 증상을 보였지만,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의식이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대는 창원과 진주, 부산 등 병원 10곳에 전화로 이송을 문의했으나 거절 당했다. 구급대는 A씨가 전날 방문했던 의료기관으로부터 비뇨기학과 진료 필요성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병원 선정에 나섰다.

 

A씨는 당시 ‘병원 전 중증도 분류기준’(Pre-KTAS)상 3단계로 분류되면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개입 없이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협력해 병원을 알아봤다.

 

1시간 가량 병원을 수소문 한 끝에 A씨는 같은 날 오전 4시46분쯤 거제 지역의 한 병원에 이송됐다. 이 병원에서 A씨는 급성 복막염 진단을 받았지만,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수술받지 못했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다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본 뒤 A씨는 오전 8시53분쯤 부산 소재 병원에 사설 구급차로 이송됐다. 구급대에 신고한 지 약 6시간 지난 뒤에야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A씨의 당시 의학적 상태와 의료기관의 처치 내역, 최초 이송병원 선정 및 전원 과정 등 세부 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조사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 후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경우 복지부 차원의 직접 조사도 검토하겠다”며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