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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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도권 잇단 강도, 살인…‘어둠의 아르바이트’ 확산에 불안↑

지난 16일 일본 요코하마시 주택가에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최근 수도권에서 잇따르는 강도사건과의 관련성이 주목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이 SNS를 통해 범행을 모의, 실행하는 ‘야미바이토’(‘어둠’을 뜻하는 ‘야미(闇)’와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바이토(バイト)’의 합성어)로 파악되고 있어 치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전 요코하마시의 한 주택에서 75세 남성이 손발이 묶인 채 피를 흘리며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지바현 시로이시에서는 70대, 40대 모녀가 사는 집에 강도가 침입, 모녀를 결박한 뒤 현금 등을 빼앗는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은 최근 수도권인 간토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강도사건과 유사하다. 도쿄, 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에서 지난 8월 이후 강도사건 7건이 발생했는데 범인들은 창문을 깨고 침입해 피해자를 결박해 폭행하고 현금이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발생한 강도살인사건 현장. NHK방송 화면 캡처

특히 일련의 사건이 SNS를 통해 일시적으로 모여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이 주목된다. 범행을 직접 벌이는 ‘실행역’들은 이전에는 알지 못하는 사이이며, ‘지시역’이 익명성 높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내리는 지시를 받는 형태다. 아사히는 “7건 모두 SNS에서 실행역을 모은 야미바이토와 연결되며 지금까지 20명 이상의 용의자가 체포됐다”며 “경찰은 일부 사건에서 실행역에게 지시를 내렸던 통신 애플리케이션 계정이 동일해 배후에 같은 지시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야미바이토 형태의 범죄는 최근 잦아질 뿐만 아니라 흉포화되고 있어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도치기현에서 발생한 50대 부부 살인·주검 훼손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국적 강모씨, 일본 유명 아역 배우 출신 20대가 용의자로 붙잡혔는데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범행이 야미바이토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5월에는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고등학생이 80대 할머니의 돈을 가로채려다가 사기 미수 혐의로 체포된 뒤 경찰에 “아르바이트를 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일본 경시청 ‘인터넷상 게시물 삭제 현황’(2023년 2월~2024년 1월)에 따르면 해당 기간 주요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 유해 게시물 3379건 가운데 2411건이 삭제됐다. 이 가운데 야미바이토 게시물이 21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은 “SNS 엑스와 인스타그램 등에 ‘뒷방 아르바이트’ 등의 단어와 함께 ‘월급 100만엔’, ‘위험 부담 없음’, ‘수익 보장’ 등 문구와 함께 야미바이토 모집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