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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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그들도 있었다-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1, 2 외

그들도 있었다-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1, 2(윤난지 등 지음, 나무연필, 1권 4만3000원, 2권 4만원)=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을 포함해 이름조차 낯선 작가들까지 다양한 한국 여성 미술가 105명을 조명했다. 20세기 한국 미술가를 선별한 기존 책에는 여성 작가가 극히 적다.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에는 4명, ‘120인 선집’에는 5명이 포함됐다. 찾아보니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한 여성 작가의 수는 적지 않았다. 이 책은 가려져 있던 한국의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한국미술사를 보다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2019년 9월 말 기획을 시작해 출간에 이르기까지 5년이 걸렸다. 필진 53명은 현대미술포럼 회원을 중심으로 하되 외부 여성 연구자를 포함해 꾸렸다.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이경구 지음, 푸른역사, 2만7900원)=실학은 ‘조선후기에 실용, 실질적 개혁을 주장한 실학자들의 학문’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근대 이후에 성립한 역사 용어로서의 실학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실학은 ‘진실, 실질, 실용을 위한 학문’이란 보편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 실학은 1세기 중국 문헌인 ‘논형’에 처음 등장했다. 왕성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송나라에서 성리학이 발흥하면서였다.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이 진실하거나 실질·실용적인 학문을 실학이라고 말해왔다. 유학자들은 유학이 실학이고, 그 반대편에 불교와 도교가 있다고 했다. 20세기 초까지의 문헌에서 실학이란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 학자는 위정척사를 내세워 유학을 지키고자 했던 곽종석(1846~1919)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알아온 실학의 뒤안 풍경을 소개한다.

표면으로 떠오르기(캐슬린 제이미 지음, 고정아 옮김, 빛소굴, 1만8500원)=‘스코틀랜드 시 문학계의 선도 주자’라 평가받는 캐슬린 제이미의 국내 초역 산문집. 저자는 알래스카, 티베트, 스코틀랜드 석기시대 유적지, 때론 자기 집 뒷마당을 여행한다. 보통의 여행자와는 다르게, 아주 오랫동안 그 장소에 머물며 돌멩이나 들풀처럼 스며든다. 발굴팀에 합류해 장화를 신고 곡괭이를 든 채 직접 유물을 파낸다. 중국 샤허현에 머물렀을 때는 천안문 사태가 실시간으로 번지던 시기였다. 각 장소에서 만나는 놀라운 풍경, 평범한 사람들과의 기이한 대화, 낯선 문화, 예상치 못한 위기를 퍼즐 조각처럼 담았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브뤼노 라투르·홍성욱 등 지음, 구재령 옮김, 이음, 2만5000원)=과학은 객관적이고 단일하며 보편적이라 여겨진다. 과학기술학(STS)은 이에 도전한다. 과학기술학자들은 진리는 왜 진리라 여겨지는지, 법칙은 어떻게 법칙이 되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그 맥락을 들여다본다. “STS의 관점에서 과학이란 인간을 초월하는 진리가 아니라, 특정한 시대적·문화적 조건에서 이뤄지는 열려 있는 실천이다.” 과학은 객관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과학은 개인적이고 우연적이다. STS는 세상을 작동시키는 거대한 법칙이 있다고 믿는 대신 작은 것들에 주목하고, 단일한 진리를 좇는 대신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한다.

나와 타인을 쓰다(베스 케파트 지음, 이지예 옮김, 글항아리, 1만9000원)=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다년간 글쓰기를 가르치고 여섯 권의 회고록을 쓴 저자가 미국의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회고록 집필의 지침을 짚는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회고록을 잘못 쓰는지, 옳게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삶은 진실이면서 동시에 거짓, 즉 모순이다. 이 삶을 다루는 글 역시 진실과 거짓을 모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회고록의 언어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거기 나오는 실존 인물들을 연민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져야 한다.

나를 찾는 한국미학여행(신동주 지음, 앨피, 1만8000원)=한국적 아름다움과 미학을 보여 주는 장소들을 인문학적 해설을 곁들여 소개한 여행인문서. 한국미의 원형 석굴암, 삼보사찰, 산사 미학의 전형 부석사,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마곡사와 월정사, 한국적 궁궐 창덕궁과 조선의 고요한 절제미 종묘, 다름을 받아들여 조화를 보여 주는 하회마을과 양동마을, 환대미학의 명문 고택들 등 저자가 여행했던 아름다운 장소 중 돌아와서 생각나고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들을 ‘재미·의미·심미’를 기준으로 28곳을 선정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