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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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재보선 선방했지만, 용산 리더십·인적 쇄신 시급하다

한동훈 마지막 지원 유세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옛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10.15 sbkang@yna.co.kr/2024-10-15 20:31:36/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10·16 재보선에서 여야가 나란히 텃밭을 지키며 기초단체장 2명씩을 나눠 가졌다. 국민의힘은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영광·곡성 군수 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여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악재가 쏟아지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의 낡은 틀이 작동해 보수 텃밭을 수성한 것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고비는 넘겼지만,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국 상황은 암담하다. 선거전을 지휘한 한동훈 대표의 어제 발언대로 “국민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 대통령실은 어제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전면적인 리더십·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 핵심은 김 여사 문제다. 한 대표도 어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적극 협조 등 3대 해법을 요구했다. 그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해 온 것과 달리, 어제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김 여사를 거명해 공식 요구를 내놓았다.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며 자신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것이다.

내주 초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녹취록으로 정국을 뒤흔드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다. 이번 독대에서 두 사람은 이견을 좁혀 정국 돌파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빈손 회동’이 될 경우 여권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마음을 열고 한 대표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 한 대표도 금정구청장 승리에 도취해 ‘자기 정치’를 강화해서는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현주소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에게 쫓겼고, 부산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지만 외면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탄핵과 특검을 앞세운 거대 야당의 위압적 태도에 공감을 못 하는 중도층이 많다. 근거 없는 ‘계엄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도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자신들의 행보가 수권을 지향하는 정당에 걸맞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