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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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4대국 정상들 베를린에 모인다… 이탈리아는 빠져

바이든의 1박2일 독일 방문을 계기로 성사
젤렌스키도 합류해 군사지원 호소 가능성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4개국 정상이 독일 베를린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지원 등 서방의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 다만 유럽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와 더불어 ‘빅4’로 통하며 주요 7개국(G7)의 일원이기도 한 이탈리아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18일 베를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4자 정상회의를 갖는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17, 18일 이틀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하는 데 따른 것이다.

 

네 정상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지원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은 어느덧 2년 8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국제사회에 극심한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휴전한 뒤 평화 협상에 돌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모두 되찾을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각오가 확고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이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임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되레 우크라이나 국내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에 밀려 영토를 더 잃으며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러시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필승 전략’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핵심 군사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다면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해 전쟁이 오히려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4개국 정상회의에 맞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베를린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 등에게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탈리아가 G7의 일원이고 유럽연합(EU)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은 3위 경제대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멜로니 총리는 회의가 열리는 17일 중동 레바논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부득이 회의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레바논에 주둔 중인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UNIFIL은 세계 50개국이 파견한 총 1만여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탈리아군 소속 장병이 약 1000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이 UNIFIL에 끼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해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