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정국이 난맥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 초에 이뤄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회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16 재보선에서 예상보다 선방한 여권이 이번 독대를 통해 정국 돌파의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멸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 원로들은 이번 면담을 ‘여권 리스크’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대표는 재보선에서 보수 텃밭을 지켜낸 힘으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해소와 측근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17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을 재차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하고 변화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국 4개 지역구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인천과 부산 두 곳을 사수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은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 과감히 하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대표는 “(김 여사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며 “저희가 먼저 쇄신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개 반응을 삼갔지만 전날 선거로 중량감이 더해진 한 대표의 주장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고 한 데서 이런 기류가 읽힌다. 부족한 부분은 “선거 민의를 통해 파악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원로들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통화에서 “두 분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며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 양자가 공멸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권철현 상임고문도 “서로의 이익이 아닌 진정성이 있는 만남이 우선 돼야 한다”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