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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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36회) 세비야(2) : 일상 속 예술이 깃든 도시

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세비야의 이발사 오페라 장면. 출처: The Metropolitan Opera

우리의 귀에 익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배경 도시가 되는 곳. 오늘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예술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세비야는 이베리아반도 남부의 대중적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안달루시아 주의 플라멩코 쇼의 본고장이다. 공연은 플라멩코 쇼를 하는 전용 식당인 ‘따블라오’나 집시들이 열연하는 바위 토굴인 ‘뻬냐’에 가서 봐야 제맛이다. 필자가 대도시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즐긴 플라멩코 공연은 뻬냐에서 본 감동에는 한참 못 미쳤다. 좀 특별한 플라멩코를 보려면 4월 세비야의 부활절쯤에 방문하길 권한다. 16세기부터 기념해 온 부활절 주간에는 종교적 인물에게 바치는 플라멩코 노래인 ‘사에타’를 부른다. 즉흥적인 무반주 노래로 안달루시아 민속 음악에 가깝다. 들어보면 독특하고 구슬프다.

 

세비야 스페인 광장 사이의 다리로 플라멩코 옷을 입은 여인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 제공
세비야 광장.  유유자적 배를 타고 있는 시민과 관광객들.  필자 제공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1929년 개최된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약 100년 전에 만들어져 역사는 길지 않지만, 스페인에서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여배우 김태희가 빨간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던 LG전자의 싸이언 핸드폰 광고를 찍은 곳이다. MZ세대 이전 피처폰을 쓰던 독자는 기억하리라 여겨진다. 광장 중심의 분수대를 둘러싸고 원형으로 설계됐다. 웅장한 안달루시아주 청사 등 관공서가 광장을 휘감고 있다. 광장을 따라 인공수로를 만들어 놓아 시민과 관광객이 놀잇배를 저으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정겹다.

 

세비야는 도자기 공예로도 유명하다. 광장에는 스페인의 58개 도시의 휘장과 역사를 도자기 타일로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타일 벤치가 있다.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전통 마차인 칼레사를 타는 관광객. 필자 제공
콜럼버스 기념탑.  필자 제공

스페인 광장에서는 전통 마차인 ‘칼레사’를 탈 수 있다. 마차를 타면 도시 곳곳과 주요 관광지를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으므로 시간이 있으면 한번 타볼 만하다. 광장에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오늘날 세비야를 있게 한 사람을 기리는 기념물이 있는데 놓치지 말아야 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기념탑이다. 스페인에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여러 곳에 콜럼버스 기념탑이 있다. 필자는 스페인의 어느 지방을 가든지 콜럼버스 기념탑은 꼭 가본다. 스페인의 국부와 국모는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었다. 이들이 무슬림으로부터 국토를 되찾아 가톨릭 왕국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세웠다. 이사벨라 여왕은 산타페 항복을 통해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을 후원하여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무적함대인 ‘아르마다 인벤시블레(Armada Invencible)’를 가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강대국 스페인을 만든 초석을 놓았다. 위대한 선각자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