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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다 집값?… 반지하 10곳 중 4곳 침수방지시설 미설치 [뉴스+]

與 조은희 의원 “매년 되풀이 폭우 대책 필요”

최근 수 년째 장마철 기습 폭우가 부쩍 잦아졌지만,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반지하주택에 지원하는 침수방지시설 설치율이 6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 주민들이 침수로 인한 안전상 우려보다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이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주택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2년 8월 침수돼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의 반지하가 물에 잠겨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구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침수방지시설 설치 대상 반지하주택 중 설치를 완료한 가구는 지난 7월 말 기준 58.7%(2만3243가구 중 1만3651가구 설치)에 그쳤다. 지난해 설치율이 54.5%(4만6520가구 중 2만5363가구)였던 것보단 소폭 늘었으나, 여전히 10가구 중 4가구가 설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재난관리기금을 통해 전국 17개 시·도의 반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가구는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시설 설치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의 경우 설치 대상 중 2만1150가구가, 올해는 4866가구가 이런 이유로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에서는 4738가구가 설치를 희망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가 3회 이상 방문했음에도 부재 중이라 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곳도 2894곳에 이른다. 경기에선 설치 대상 99가구 중 35가구가 설치를 원하지 않았다.


반지하주택이 몰려 있는 수도권 지자체들은 이처럼 설치를 희망하지 않는 가구들이 적잖은 것으로 조사되자 설치 대상 가구 산정과 기금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설치 대상 가구 중 절반가량인 4972가구가 설치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대상 가구를 99곳으로 대폭 줄였다. 서울시도 같은 이유로 올해 설치 예산의 65%인 321억원만 편성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구갑)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취약계층의 주택 풍수해보험 가입률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풍수해보험은 재해로 인해 주택이 파손 또는 침수되면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주택 풍수해보험 총가입률은 2020년 20.6%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34.4%까지 늘었으나, 취약계층 가입률은 14.9%에서 12.7%로 외려 감소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모두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취약계층 가구 수가 202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경기는 1만 가구가, 서울은 2000여가구가 줄었다. 2022년 반지하 가구 침수 사망 사건이 있었던 서울 관악구의 경우 가입자가 2가구뿐이다.

 

조은희 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폭우로 불안에 떠는 국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며 “반지하주택 등 수도권 취약계층이 기후변화 속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