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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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 경우의 수와 가능성 [여의도가 왜 그럴까]

최근 여권의 ‘뜨거운 감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다. 국정감사 기간 야권의 공세는 더 거칠어졌고,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제공

당정 지지율은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의혹은 점점 불어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기존 8건에 5건을 추가한 13건의 의혹이 수사 대상으로 적시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국정개입·인사개입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개입 △채 상병 사건 구명로비 △2022년 지방선거·재보궐선거 및 2024년 총선 개입 △2022년 대선 및 경선 불법 여론조사 등이다.

 

비교적 최근 불거진 경선 개입 의혹은 여권에 치명적일 수 있다.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처럼 행동할 때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2022년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을 뽑았지 김 여사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 여사가 명품가방 사건 무혐의 결론 이후 마포대교를 시찰하는 등 ‘사과 없는 광폭행보’를 벌이자 여당 내에서 ‘악’ 소리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을 염두에 두고 인적 쇄신을 촉구하면서 “(김 여사는)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여사 문제는 오는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 자리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미 10·16 재보선 직후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진상규명 협조라는 ‘3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이 여기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두 사람의 만남 후 나올 수 있는 결과로는 다섯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지난 2021년 12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였던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① 김 여사 사과 또는 입장 표명

 

먼저 김 여사의 사과다. 윤 대통령은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하나의 국면이 일단락된 만큼 당사자인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하는 방안이 해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 시기와 방법을 놓고 검토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이미 사과로 수습될 국면은 지났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 박상수 대변인은 지난 9일 “김 여사가 국민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것 자체가 지금 당정에 큰 부담이기 때문에 활동을 조금 자제해 주시고, 제2부속실 설치 같은 기존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과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과 대신 공개 활동 자제론이 등장한 것이다. 한 대표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활동 자제론을 공식화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입장 표명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전경. 연합뉴스

② 제2부속실 설치 및 공개활동 자제

 

입장 표명은 제2부속실 설치 및 공개활동 자제와 연동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대안으로 거론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 공간 문제로 제2부속실 설치가 지연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 여론이 악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된다.

 

제2부속실 설치는 김 여사의 활동을 대통령실이 공식 참모 기능을 통해 보좌·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운영될 경우 ‘한남동 라인’ 논란까지 해소할 수 있다. 김 여사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와 관련해 “(제2부속실에서) 여사께서 해야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시스템에 따라서 활동하게 되면 지금 같은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한 바 있다. 단 가이드라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게 그가 내건 조건이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이 국빈방문이라든가 이런 공식적인 일정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 않나”라며 “불필요한 논란과 잡음을 자꾸 만들어내는 부분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대선 전 허위 경력 의혹 사과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2부속실 설치로 김 여사 활동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김 여사가 여러 의혹과 향후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힌 뒤 공개활동 자제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뉴스1

③ 특별감찰관 임명

 

친한계는 8년째 공석 상태인 특별감찰관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이 있는 직책이다.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하면서 김 여사 친오빠 논란도 불거진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은 논란을 잠재우는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여야 합의로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016년 9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결과 유출 논란으로 사퇴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논의는 지난해 잠시 급물살을 탄 적이 있다.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도 동시에 하자고 역제안하면서다. 그러나 현재는 두 사안의 연계가 오히려 논의의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

 

신지호 부총장은 18일 MBC라디오에서 “그간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민주당 측에서 추천하지 않는 문제랑 연동이 돼서 이게(특별감찰관 추천) 지연이 됐는데 이제 전향적으로 해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 추천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여당이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야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특별감찰관 임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④ 대통령실 인적 쇄신

 

한 대표는 17일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으로 일컬어지는 참모진에 대한 쇄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인적 쇄신은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 과감히 하는 것이다”라며 “지금이 그럴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거부감이 상당하다. 야당이나 하던 요구를 여당 대표가 했다는 점에서, 또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건드렸다는 점에서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최종 인사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여사 라인이라는 게 어디 있느냐. 대통령실의 라인은 대통령 라인뿐”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선 라인의 존재를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나 “인적 쇄신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명분이야 뭘 내세우든 모두가 느끼고 알고 있는 여사 라인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의정갈등 책임자들의 2선 후퇴를 재차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⑤ 김 여사 관련 의혹 대통령실 자체 조사

 

한 대표는 아울러 “(김 여사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제기한 ‘3대 요구’ 중 해석하기가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의혹의 범위가 너무 넓고, 어떤 절차를 말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신지호 부총장이 18일 설명을 내놨다. 그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며 “대통령실 내부 조사를 거쳐 필요하다면 국민 앞에 소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도 (한 대표가 언급한) 절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명태균씨의 카카오톡 대화 폭로를 예로 들며 “용산이 그나마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 경험이 있고 식견이 있는 참모들이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단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용산 참모들이 그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여사께서 이렇다 저렇다 하면 그걸 바깥으로 공표하는 단순 전달 기능만 해서는 대처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결국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조사에 착수하고, 김 여사는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계는 야권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당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만남 이후 김 여사 문제를 어느 정도 매듭지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한 상황에선 특검 추진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용산이 뭐라도 해야지, 안 그래서는 이탈표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에 명쾌한 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김 여사 사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정도 선에서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100%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용산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