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현직 경찰관들이 거액의 압수물을 빼돌린 혐의로 긴급체포되는가 하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현금을 빼돌리다 직위해제 됐다. 경찰 행정직원이 유실물을 황령한 사건도 터졌다. 공직 사회에서 가장 모범이 돼야 할 경찰관의 윤리 의식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서에 근무중인 행정직원이 유실물로 보관중인 교통카드 수백 장의 잔액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동작경찰서 행정직원인 50대 여성 A씨를 최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동작서 범죄예방대응질서계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약 1년 동안 유실물로 접수됐던 교통카드 500여 장의 충전금 약 8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적적으로 유실물로 접수된 교통카드는 일정 기간 경찰 측이 보관하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국고로 환수된다. 경찰은 유실물 담당 업무를 맡았던 A씨가 유실물인 교통카드들에 충전된 금액을 본인 계좌로 옮기는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16일 형사과 소속 A경사를 긴급체포하고, 직위에서 해제했다. A경사는 자신이 수사하는 보이스피싱 사건 관련 압수물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는다. A경사가 통합 증거물 보관실에서 빼돌린 금액은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에도 압수한 현금에 손을 댄 현직 경찰관이 붙잡혔다. 강남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B경장은 업무상 횡령 및 절도 혐의를 받는다. 올 7월말까지 수사과 수사지원팀 소속으로 압수물 관리를 담당했던 B경장은 불법도박 사건으로 압수된 현금 약 3억원을 지난 6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다.
한편 올해 9월까지 각종 비위 행위로 349명의 경찰관이 징계를 받았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찰관 징계 건수는 349건이었다. 징계 수위별로는 파면 25건, 해임 39건, 강등 18건, 정직 112건, 감봉 81건, 견책 74건으로 나타났다.
사유별로는 품위손상 162건, 성 비위 53건, 음주운전 50건, 규율위반 27건, 직무태만 24건, 금품수수 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현행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경찰공무원은 1200명이 넘는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24명, 2020년 227명, 2021년 281명, 2022년 259명, 2023년 27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