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0%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으로, 한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생산연령인구가 준 영향 등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부터 미국에 역전됐다. 노동·자본의 기여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한국의 2023·2024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2.0%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 산정한 추정치(2023년 1.9%·2024년 1.7%)보다 상향 조정됐지만, 2020~2021년 2.4%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면 미국은 2020~2023년 잠재성장률이 1.9%에서 2.1%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잠재성장률 통계가 작성된 2001년 이후 미국은 처음으로 작년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올해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웃돌 전망이다.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은 최근 점진적으로 잠재성장률이 오르고 있다. 독일은 2002년 0.7%에서 등락을 거듭해 올해 0.8%로 소폭 올랐고, 영국은 2020년 0.9%에서 지난해 1.2%, 올해 1.1%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편 일본은 2020년 0.6%에서 2021년 0.7%로 올랐다가 이후 해마다 하락해 올해 0.3%로 추산됐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국내 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5년 경제전망 2024~2028’을 통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2.2%, 내년에는 2.1%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은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으로, 통상 노동과 자본 및 기술혁신 등과 같은 총요소생산성 기여도의 합으로 결정된다.
통상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노동·자본 등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역시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미국의 47% 수준(2022년 세계은행 기준)에 그친 상황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건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3674만명)에서 2072년 45.8%(1658만명)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급증한다. 반면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구가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노동부문이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자본의 증가추세도 최근 둔화 추세다. 예정처에 따르면 자본의 잠재성장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 2% 수준을 넘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대 후반에는 1.5%, 2020~2023년 동안에는 1.2%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하고 있는 저출생 현상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 쉽지 않은 만큼 생산연령인구 감소 충격을 줄이는 정책적 조치와 함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해 동일한 노동·자본량에도 더 많은 생산수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예정처는 “여성과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과 자본 등 물적 생산요소 이외에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과정의 혁신과 노동생산성 및 자본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경제전체의 성장률을 견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