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청약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은 4분기 분양시장 성적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도 서울과 수도권은 공급 부족 우려 등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비수도권 분양시장은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 수요 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전국 1순위 청약자 수는 117만7247명으로 지난해 연간 1순위 청약자 수(108만7082명)를 뛰어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전체 청약자 수 증가를 이끌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400대 1에 육박하기도 했다. 직방에 따르면 9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96.8대 1로 직방이 분양 정보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래 월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방은 “강남권역 내 우수한 입지를 갖춘 브랜드 단지들 위주로 청약에 나섰고, 특히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해 시세 차익 실현을 기대한 수요자들이 몰리며 청약경쟁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4분기 서울 청약 열기 계속될 듯”
업계에서는 4분기 분양시장 향방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거론된다. 지난달 정부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에 나섰으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이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주택 매수 심리는 한풀 꺾인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5.8로 전월(140.5)보다 14.7포인트 하락했다.
하서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4분기 분양물량이 증가하나 고분양가가 지속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 여건이 악화해 분양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는 수도권에서 4만5000가구, 지방 3만4000가구 등 전국에서 총 7만9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다만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향후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 인기 지역 단지들이 4분기 분양시장에 나오는 만큼 두터운 청약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개발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고 토지가격 상승으로 사업 착수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새 아파트 부족 상황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121.0으로, 기준선(100)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서울에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부터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 ‘래미안원페를라’ 등 강남권역 주요 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직방 관계자는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당분간 서울 청약시장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은 수요 위축 지속 등에 경쟁↓”
문제는 비수도권 분양시장이다.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많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가 수요 위축을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 수석연구원은 “수요 위축이 지속하고 고분양가 부담이 큰 지방에서는 청약경쟁률이 저조해 미분양 재고가 다시 증가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엇갈린 흐름은 주택사업자들의 경기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오른 107.4를 기록했지만 비수도권은 대부분 지역의 지수가 하락하면서 5.9포인트 내린 76.0에 그쳤다.
내년 분양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방은 시세 대비 고분양가여서 청약이 침체되나, 수도권 핵심지역은 가격 상승 기대감이 형성돼 청약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