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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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전범국 대열 합류, 한반도 안보환경 급변 철저 대응을

우려했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선발대 1500명이 러시아 현지로 이송돼 훈련을 받고 있으며, 추가 이송을 통해 4개 여단 1만2000명의 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될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국가정보원이 전했다.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 대전차로켓 같은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병력을 전선에 보내는 것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어긴 불법 행위다. 스스로 국제법상 전범국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과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 및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지상군을 외국에 파병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넣은 조약을 맺은 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본격화했을 개연성이 높다. 북·러 조약 4조에는 한쪽이 침략당하면 다른 한쪽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 있다. 우리로선 북·러 밀착이 혈맹관계로 격상되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역할과 전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글로벌 안보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 국제사회는 이견이 없다. 북한군의 가세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북한은 파병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외화획득은 물론 첨단 군사기술 등을 전수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십년 만에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도 얻었다. 드론 등을 활용한 현대전의 변화 추세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북한군의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까지 뒤흔들 수 있어 국제사회와 우리 군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요즘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을 ‘동족이 아닌 철저한 적국’으로 지칭했고, 남북 연결도로 폭파는 “물리력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라고 위협했다. 대남 쓰레기풍선 도발을 재개하고 한·미·일 주도로 출범한 대북제재 감시체제에 대해서도 ‘대가’를 거론하며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자칫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북·러의 불법적 군사협력을 좌시하지 않도록 정부의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아울러 그동안 난색을 표해온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