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이 8월과 9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억제 조치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의 여파로 분석된다. 다만 다음달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이 다시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시 집주인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등 전세대출 공급 규모를 줄일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2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총액은 3조459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035억원 규모로, 9월(3469억원)보다 41% 정도 줄었다. 지난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적용됐음에도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빼면 하루 평균 3854억원으로 8월(3611억원)을 넘어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연휴를 뺀 9월 일평균 취급액과 비교해도 10월 감소율은 47%에 달해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주담대가 급감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도 확연히 둔화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6892억원으로 9월 말(730조9671억원)보다 7221억원 늘었다. 10월의 절반을 갓 지난 상황에서 지난달 전체 증가폭(+5조6029억원)의 약 13%, 2020년 11월(+9조4195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폭(+9조6259억원)의 약 8%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425억원 불어난 것으로, 이 속도대로라면 31일까지 한 달 전체 증가폭은 1조3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담대는 이달 들어 17일 사이 겨우 997억원 늘었다. 9월(+5조9148억원)과 8월(+8조9115억원)의 각각 1.7%, 1.1% 수준이다.
다만 신용대출은 9월 전체 증가액(9억원)보다 많은 6594억원이나 불었다.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는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5월 5183건 △6월 7662건 △7월 8986건 △8월 6279건 △9월 2724건 △10월(17일까지) 71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들어 연중 최다 거래량을 찍은 뒤 감소세가 확연하다. 통상 주택 매매 계약 후 1∼2개월 지나 주담대가 실행되는 관행을 고려할 때 8월부터 줄어든 주택 거래량이 이달 신규 주담대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입주 등이 남아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는 1만2000세대의 대규모인데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상당수인 만큼 집단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의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활용해 임대인의 전세자금 반환능력을 평가해 전세대출의 과도한 공급을 억제하려는 조치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에 따라 최대 100%도 빌려주기 때문에 이른바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의 고리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전세 보증금 시세가 기존보다 낮아진 현상)로 인한 전세금 미반환 역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현재 90~100%에 달하는 보증비율을 80%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주담대 관리 강화에 따라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상호금융, 생명·손해보험업계,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관계자를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