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북한군에 “군복 치수 적으라” 한글 설문… 北 최정예 참전 사실일까

北, 우크라전 파병 정황 속속 드러나
美 “사실일땐 우려” 中 “긴장완화를”
나토 ‘우크라 파병론’ 재점화 전망도
한반도 포함 지역 안보 급변 가능성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설문지에 따르면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한글로 된 설문지를 준비했다.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글이 적혔다. 센터는 앞서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이는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를 준비하는 북한 군인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보급품 받고있는 북한군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1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27초짜리 영상에서 북한군이 줄지어 러시아군의 보급품을 받고 있다. 영상에는 이들이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야, 야, 야” 등으로 대화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SPRAVDI는 이 영상이 입수된 지 72시간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영상 속 북한군이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RAVDI 엑스 계정 캡처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 병력 1500명이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고, 곧 2차 수송 작전도 진행될 전망이다. 파병 북한군은 ‘폭풍군단’으로 알려진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4개 여단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위해 러시아에 군을 보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파병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AFP통신의 질의에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대규모 파병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에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나토는 당장은 대응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군 가세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에 한때 제기된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북한의 파병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이지만, 물론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약 1만명 파병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히며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