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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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여사 해법’에 달린 국정동력… 빈손 땐 與 계파갈등 재연 [21일 尹·韓 회동]

최대 쟁점·향후 전망은

韓대표 “할 말은 다 하고 돌아오겠다”
특별감찰관 임명해 ‘내부 조사’ 기류
면담 결과 직접 브리핑 방안도 검토

독대 대신 정진석 비서실장 배석에
여권 “尹, 논의 의지 작은 것” 비관적
당원 게시판에선 ‘친윤·친한 비방전’

정국 현안이 꼬일 대로 꼬이고 당정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후 4시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차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동은 향후 당정관계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 정국의 물줄기도 바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관련 요구를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처를 한다면 국정 동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빈손 회동’으로 끝날 경우 야권의 김 여사 특검법에 힘이 실리며 최악의 경우 여권 분열과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韓측 “적어도 특별감찰관 임명해야”

 

이번 윤·한 회동의 성패는 여권의 ‘투톱’이 김 여사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민심에 부합하는 대책을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김 여사 문제가 당정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야권의 ‘탄핵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는 여권의 최대 악재가 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공개 요구해 온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방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앞서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세 가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의혹 규명 절차 협조’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한 대표 주변에는 대통령실이 적어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김 여사에 대한 내부 조사를 하고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대표는 20일 핵심 참모들과 회동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할 말은 다 하고 돌아오겠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대표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 등 의료대란 및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조치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빈손 회동 시 김 여사 특검 장담 못 해”

 

그러나 여권에는 21일 회동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한 대표 측은 이번 회동이 독대가 아닌 정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면담 형태로 진행되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의 논의 의지가 작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대통령실에는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인적 쇄신까지 촉구한 데 대해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면 정국 해법을 둘러싼 여권 내 분열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 도입 문제를 두고 계파 간 견해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빈손 회동이 될 경우 재표결 시 이탈표가 나와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주도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반대 입장이 확고한 만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동원해 독소 조항을 제거한 김 여사 특검법 발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여당의 분열이 현실화하면서 윤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대화 오갈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해법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면담한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 이슈에 갇힌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왼쪽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등 대표단을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한 대표가 전남 곡성에서 군수 재선거 낙선인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제공· 뉴스1

◆이미 분열 조짐… 성공시 당정 동력 확보

 

분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행보에 대해 “제2의 김 여사 악마화 프레임”(강승규 의원),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것”(김재원 최고위원)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향해 “신뢰의 기반이 없는 독대는 독대가 아니라 하극상이나 담판”이라고 직격했다.

 

당원들도 윤 대통령 편과 한 대표 편으로 나뉘어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동훈과 그 떨거지들을 당장 퇴출해야 국민의힘이 산다”, “친윤은 구태정치에서 못 벗어나고 김 여사에게 줄 서서 잘 보이려는 못난 X들이다”와 같은 비속어 섞인 글들로 뒤덮였다.

 

이번 회동 결과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한 의미 있는 해법이 도출된다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손을 잡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경우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성공하고 보수 혁신을 이끌며 차기 주자로서의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다.


김병관·유지혜·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