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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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규정 어기고 ‘가솔린 세단’ 타는 공공기관장… “친환경 헛바퀴” [2024 국정감사]

중소벤처부·특허청 산하 논란

기관장 친환경차 구매 규정 불구
2023년·2024년식 고급세단 임대

산자위 소관기관, 내연기관차 ‘천하’
2년간 업무용 1123대 구매·임대
한국가스공사 350대로 가장 많아

“친환경차 전환 점검·지원 필요”

온실가스 감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장들이 법규를 어기면서까지 친환경 자동차를 외면하고 있다. 2021년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친환경(전기·수소·하이브리드) 차량을 100% 구매하거나 임차해야 하는 의무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산하의 공공기관장들이 가솔린 고급세단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임대해서 타고 있는 차는 2023년식이거나 2024년식 신차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에 따르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공공기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구매 의무)와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의2에 따라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은 모든 업무용 차량을 전기자동차 또는 수소 전기자동차로 구매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제도는 공공부문이 친환경차 수요창출과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개선을 선도하도록 2016년에 처음 도입·시행했다. 의무구매비율을 2016년 50%에서 2018년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했다. 현재는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비율이 100%로 확대됐다. 특히 공공기관장의 전용차량은 전기차 또는 수소전기차로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저공해차는 100%, 무공해차는 80% 이상의 비율로 구매·임차해야 한다. 무공해차는 저공해자동차 중에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자동차를 뜻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중기부·특허청 및 해당 부처 산하기관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체 가능한 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은 물론이고, 실무자들까지 가솔린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빌려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실이 산자위 소관기관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중기정)은 각각 올해 현대 G80 가솔린 차량을 새로 장기 렌털했다. 소진공 이사장과 중기정 원장을 위한 차량이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대전 대덕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전에는 대전시장도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 대전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영신 중기정 원장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소진공은 5483만원, 중기정은 4888만원에 3년간 해당 차량을 렌털 계약했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한국벤처투자가 기아 K9 가솔린 차량을 3대 장기 렌털했다. 2대는 각 2년 4992만원에, 1대는 2년 4536만원에 계약했다. 이 중 한 대는 신상한 부대표가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2대는 현재 공석인 대표와 상임이사가 쓰기 위해 준비된 차다. 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태식 대표 탑승용으로 G90 가솔린을 3년 9702만원, 이목희 상임감사가 타기 위해 G80 가솔린을 3년 5885만원에 장기 렌털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전기차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국특허정보원도 원장을 위해 G80 가솔린을 3년 5204만원에 렌털 계약했다.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이러니 실무자들도 따라했다. 각 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들여다보니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업무용 차량 총 1123대를 내연기관차량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차량의 대부분은 전기 등 친환경차량으로 대체 가능한 경차,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들이었다. 기관별로는 한국가스공사가 350대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한국전기안전공사(236대), 한국전력공사(225대), 한전KDN(128대) 순으로 내연기관차량을 신규 구매·임차했다.

 

장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관장들이 허영심 때문에 법까지 어겨가며 내연기관차를 계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며 이전 정권에서 만든 친환경 차 구입의무가 느슨해지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실무자 업무용 차들도 친환경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강한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