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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생계비 중 28%가 식비…쌀 44.7% 급등, 원인은 1등 여행객 한국인 탓?

일본 방문 한국인, 올해 1월~8월 581만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식품 가격이 급등하며 생계비 중 음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가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식인 쌀의 경우 무려 44.7%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외신은 일본의 쌀 부족 현상을 지목하며 그 배경엔 한국 등 관광객의 증가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만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본의 쌀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선 20일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올해 1∼8월 2인 이상 가구 엥겔계수는 28%로,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 엥겔계수는 가계 소득이 증가하면서 2000년대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버블경제가 무너진 뒤 2010년대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연 소득 1000만∼1250만엔인 가구는 엥겔계수가 25.5%였지만 연 소득 200만엔 미만인 가구는 33.7%에 달했다. 이런 식비 상승은 저소득 가구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엔화 약세와 맞물려 크게 뛰었다. 총무성이 전날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쌀류 가격은 44.7% 급등하면서 4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배는 13.4%, 토마토는 12.2% 등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다.

 

일본에서는 식품뿐 아니라 대부분 품목 가격이 오름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다.

 

한편 일본의 쌀 부족 사태와 관련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쌀 작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크게 증가하면서 초유의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심한 쌀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도쿄, 오사카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쌀 구매량을 1인당 1포대로 제한하거나 매대에 진열할 재고조차 없는 곳도 있다고 전해졌다.

 

일본의 식량 부족 사태의 원인은 △이상 고온에 따른 영향에 더해 △생산인구의 고령화 △관광객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NHK는 “쌀 부족 현상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초밥과 기타 쌀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일부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6월 기준 개인 쌀 재고는 156만 톤으로 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쌀 재고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178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이 가장많다. 세계일보가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받은 ‘국민 해외관광객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581만1911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10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조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 새 엔화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되고 있는 게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꼽히던 제주도가 ‘비계 삼겹살’ 등 논란으로 이미지가 악화하면서 발길이 많이 줄은 것도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