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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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만 143㎝’… 백제 최대 사찰 미륵사지서 출토한 대형 치미 첫 공개

치미(鴟尾)는 전통 건축물 지붕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장식 기와로, 매의 머리처럼 쑥 불거지고 모가 난 두 뺨에 눈알과 깃 모양의 선과 점이 새겨진 게 특징이다. 치문(鴟吻), 취두(鷲頭) 등 다양한 명칭으로도 불렸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연못지에서 출토된 치미 일부분. 백제~통일신라 때 제작된 것으로 높이는 53.5㎝ 정도다.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한반도에서는 4세기 중후반에 축조된 고구려 안악1호 무덤 벽화 등에서 초보적인 형태의 치미가 확인된다. 7세기 무왕(재위 600∼641) 때 조성된 익산 미륵사지에도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담은 치미 편이 900점 이상 출토돼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비록 완전한 모양이 아닌 편으로 전하지만, 백제 최대 대찰 미륵사의 옛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중장기 학술 조사연구 ‘미륵사지 재발견’ 사업 일환으로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 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을 마련해 22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5개월여 동안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륵사지에서 출토한 치미의 원형을 추적하기 위한 고고학적, 미술사적 검토와 과학적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치미 제작 기법과 폐기, 복원 과정과 보존·수복 성과를 3부로 구성해 두루 소개한다.

 

‘과학기술과 보존·수복을 통해 본 치미’에서는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치미 내부 구조와 제작 방법 등을 관찰한다. 이물질 제거부터 색맞춤에 이르기까지 치미의 보존 처리 전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형태를 빚고 문양을 담은 치미’에서는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의 능골(脊稜), 동부胴部, 날개(鰭部), 꼬리(頂部) 등 형태와 용문(龍文), 보주문(寶珠文), 연화문(蓮花文), 당초문(唐草文) 등 문양이 장식된 치미 편을 집중적으로 전시한다. 폭넓은 문헌자료와 다양한 삽화·도안 등을 적극 활용해 치미의 형태와 문양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동원 승방지에서 출토해 복원한 치미(왼쪽). 백제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높이가 99㎝에 이른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동원 승방지에서 출토해 완형으로 복원한 치미(오른쪽).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높이가 143㎝에 이르러 건축물의 크기를 가늠케 한다.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용마루 위 장식기와, 치미’에서는 이번에 복원한 동원 승방지(스님들의 생활 공간)와 연못지에서 출토한 치미를 최초로 공개한다. 특히 완형으로 복원된 동원 승방지 출토 치미는 높이가 약 143㎝에 이르는 대형으로, 이를 통해 건축물의 규모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문화 취약계층을 위해 촉각 체험물(4종)을 전시실 입구에 비치하고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와박사의 모자 찾기(10월 26일)’와 전시 개막을 기념한 ‘국립국악원 초청 공연’(〃), 성인 대상의 ‘고대 치미의 특징과 변천(11월 7일)’, ‘동아시아 치미(12월 5일)’ 주제 강연 등이 있다.

 

국립익산박물관 김울림 관장은 “미륵사지 치미는 다양한 문양과 형태가 남아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고대 한반도 치미의 변화 양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