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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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원봉사의 기적, 지속가능한 미래 만든다

우리가 살면서 기적(奇蹟)을 접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보통은 ‘모세의 기적’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했을 때 기적이란 말을 쓴다. 이러한 개념적 정의와는 달리 기적이라고 쓰는 경우가 또 있다. 인간의 숭고하고 선한 의지가 모여 놀라운 결과를 냈을 때이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되었다. 전문가들은 태안 앞바다가 회복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해수욕장은 재개장하였고, 어민들도 다시 조업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무려 123만명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이 한겨울의 강추위에도 묵묵히 기름을 퍼내고 바위와 돌을 손수 닦아낸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태안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

오늘날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빈곤과 질병 그리고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태안의 기적처럼 인류가 만들어낸 기적이 다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연대와 박애정신, 인류애에 기반한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열쇠이다. 최근의 자원봉사는 탄소중립 실천을 주도하고,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등의 정착을 도와 공동체 활력을 도모하는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주체적인 사회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엔에서도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12월, 2026년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로 지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전 세계적인 연대를 구축하고자, 22일부터 나흘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제27회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가 열린다. IAVE 주최로 개최되는 이 대회에서는 94개국 약 1400명의 참여자가 모여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례와 아이디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원봉사의 주관 부처로서 나눔과 봉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해 왔다. 먼저 그동안 기관별, 단체별로 진행되던 봉사와 기부 그리고 자선활동을 하나로 아우르는 ‘온기나눔 캠페인’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1500만명이 가입한 ‘1365자원봉사시스템’과 봉사활동 시 발생한 상해 등을 보상하는 ‘자원봉사종합보험’을 운영하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원봉사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지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우수한 자원봉사 제도와 사례들을 널리 알려 전 세계 곳곳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류의 크고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