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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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동주의펀드’ 성공해도 4년 뒤엔 기업가치 하락”

한경협, 美 970개사 분석 결과
“고용·투자 축소로 펀더멘털 약화”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 캠페인이 성공한 뒤 기업가치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발표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은 시총·자산 10억달러(약 13조원) 이상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분석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란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 임명 등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전개하는 모든 전략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 3년 전 기업가치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기업가치는 캠페인 시작 시점 83.9에서 캠페인 성공 3년 후 85.3으로 1.4%포인트 개선된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후 기업가치는 82.9로 떨어진다. 결국 캠페인 시작 시점보다 1.0%포인트 하락하는 것이다.

기업가치 하락 원인으로는 고용과 투자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 약화가 지적됐다.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까지 2년간 고용은 평균 3%, 자본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고용과 자본 지출 감소폭은 각각 5.6%, 8.4%로 더 커진다.

한경협은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은 입법화되면 행동주의 캠페인을 늘릴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한국 기업은 2017년 3개에서 지난해 77개로 급증했다”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투자와 고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