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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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공천개입·여론조작 의혹 속속 공개… 대통령실 대응 자제 [2024 국정감사]

녹취록 공개 강혜경씨 국감출석

명태균 여론조사업체 운영 관여 부인
강 “명씨 n분의 1해 가지고 다 들고 가”

대선 경선 중 尹 유리 표본 가공 지시
명 “통상적 진행하는 보정 작업” 해명

당시 이준석 대표에 김영선 공천 타진
명 “사정사정해 전략공천 받아” 말해

창원 제2국가산단 선정 사전 인지 논란
명 “내가 아이디어 냈던 거라 미리 알아”
국토부 “공정 적법한 절차 거쳐 선정”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들인 강혜경씨와 명태균씨,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간 다수의 통화 녹취록이 21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의혹의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해당 녹취록들에는 명씨가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건희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고, 김 전 의원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왼쪽 첫 번째)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박완수 경남지사 공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있었다. 명씨가 대선 기간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의혹,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강씨의 녹취록을 기반으로 제기된 바 있다. 강씨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의혹들에 대해 발언했다.

 

강씨는 그동안 대선 기간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3억6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료로 제공한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때 공천을 받았고, 이 과정에 김 여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강씨는 통화상에서의 명씨 발언들을 그 근거로 들었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출신으로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로도 일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보내준 건 공표되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비공표 목적의) 자체 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했고, 비용 청구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선 기간 다수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미래한국연구소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지난해 5월2일 강씨와 김 전 의원 간 녹취록에는 강씨가 “(명씨가) 돈 손 안 댔다 하시는데 손 안 댄 거 없고 다 n분의 1 해 가지고 다 들고 가셨다”며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에 명씨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명씨가 대선 경선 기간 표본을 가공하고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내용도 통화 녹취록에 나와 있다. 명씨는 대선을 열흘 앞둔 2022년 2월28일 강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며 “사전투표할 거냐, 후보 누구냐, 정당 지지율 3개만 물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비공표 여론조사에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보정작업이라는 입장이다. 

 

명씨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 의원에게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선 김 전 의원 공천을 타진하는 내용도 있다. 명씨는 2022년 4월3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의창은 전략공천 지역이고 어제 준석이한테 사정사정해 (김 전 의원) 전략공천 받았다”며 “내(나)보고 이기는 여론조사가 몇 개 던져 달래. 그러면 그 사무총장을 던져갖고 끝내주겠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해 5월10일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 

 

박 지사 공천 관련 의혹도 제기된 가운데 이날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명씨가 2022년 4월22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 왔다”고 말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해당일은 박 지사가 당내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날이다. 박 지사 측은 “박 지사는 명씨와 통화한 기억이 없다”며 “당시 공천 확정에 대해 받은 수백 통의 축하 인사에 대한 통상적인 감사 인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 선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왼쪽 첫 번째)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남제현 선임기자

이외에도 명씨가 창원 제2국가산단 선정을 정부 발표일 하루 전에 미리 알고 김 전 의원 측에 관련 홍보물 제작을 지시한 것을 두고는 국정 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창원 산단은 내가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라 당연히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신규 산단 후보지는 전문가 및 관계 부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선정했기 때문에 선정과정에 외부인이 관여할 수 없다”며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천 개입 등 명씨와 관련한 세세한 의혹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간 관계에 대해 2차례 해명한 게 정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명씨와 관련해 “해당 사안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