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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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운영비 저렴한 트램… 사업성은 ‘미지수’ [심층기획]

지자체 ‘애물단지’ 전락 우려

지방 ‘대중교통 대안’으로 앞다퉈 추진
서울 위례선 외엔 실제 착공 사례 없어
전문가 “기존 교통체계 연계 강화 필요”

지방은 수도권보다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떠올린 해법이 트램(노면전차)이다. 지상에 설치되는 트램은 일반 지하 경전철보다 건설비와 운영비가 저렴하다. 다만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오히려 지상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에서 착공된 트램 노선은 서울 위례선이 유일하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수인분당선 복정역, 8호선 남위례역을 잇는 위례선은 지난해 첫 삽을 떠 내년 9월 개통이 예정돼 있다.

 

수소 트램으로 결정된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최초 기본계획 승인 후 28년 만으로 2028년 완공이 목표이다. 총연장 38.8㎞ 순환선이며 정거장은 45곳이다. 단일 노선 중에선 세계에서 가장 긴 트램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와 수원시 망포역을 잇는 동탄 트램은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수소 트램으로 건설되는 울산 도시철도 1호선은 2026년 착공해 2028년 개통한다. 태화강역(울산 도심)에서 신복로터리(울산IC 인근) 구간을 운행한다.

이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트램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경제성 벽에 막혀 있거나,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천시는 관내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부를 ‘8’자 형태로 운행하는 송도 트램 건설을 검토 중이다. 송도달빛축제공원∼인천대입구∼송도달빛축제공원을 오가는 전체 노선 길이 23.06㎞ 규모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투자심사를 통과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지만 같은 해 8월 제외됐다.

부산시는 남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오륙도선과 기장군을 연결하는 정관선을 추진 중이다. 오륙도선은 당초 2022년 착공해 지난해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그동안 사업비가 500억원을 훌쩍 초과하는 바람에 기재부에서 예타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관선은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이다.

전남도에선 목포 구도심과 무안 신도시를 잇는 ‘전남형 트램’ 구축을 계획 중이다.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에선 속초시가 사전타당성 조사와 도시철도망 구축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고, 춘천시는 노선 타당성과 경제성을 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수소 트램 도입을 위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램이 지방 대중교통 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현명 명지대 교수(교통공학)는 “서울과 달리 신도시 조성 등으로 인구 변동 가능성이 크고, 고령 인구가 많은 지방은 노선이 고정된 트램을 건설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거장을 더 조밀하게 배치하고, 기존 대중교통 체계와 연계성을 강화해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며 “추후 노선 변경이 가능한 자석 유도 트램 등을 도입하는 것도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구윤모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