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소멸을 막고자 주소를 이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전입 장려금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지원 중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을 통한 인구 유입정책은 인접한 지자체 간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21일 강원 춘천시 등에 따르면 춘천시의회는 18일 열린 임시회에서 ‘춘천시 인구증가책 지원 조례 폐지안’을 수정·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춘천시로 전입 신고하는 대학생에게 학기당 30만원씩 총 240만원을, 3명 이상 단체로 전입하는 직장인들에겐 20만원어치 춘천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전입 장려금’ 폐지안이 담겼다.
시의회는 전입 장려금 폐지 이유에 대해 “해당 제도에 상당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인구 30만명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2년간 지켜본 결과 실패”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28만6700명이던 춘천시 인구는 전입장려금 등을 지급했음에도 지난해 28만6400명으로 줄었다. 대학생 전입장려금을 도입한 육동한 춘천시장마저 기자들에게 “과욕이었다”며 인구유입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할 정도였다. 전입 장려금을 받자마자 춘천을 떠난 이들이 다수 발견되는 등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장려금제 폐지에 힘을 실었다.
반대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희영 시의원은 “전입 장려금을 기대하고 춘천으로 주소를 옮긴 대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미흡한 부분은 제도 폐지가 아닌 조례 개정을 통해 해소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반대 의견 일부를 받아들여 폐지 조례안이 확정되기 전에 전입장려금을 신청한 이들에게는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최종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일찌감치 현금 지원이 인구증가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단한 지자체도 있다. 전북 부안군은 2017년부터 전입 후 6개월이 지나면 온누리상품권 20만원, 2년 경과 시 추가로 3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2021년 폐지했다. 강원 강릉시는 2012년부터 10년간 전입 대학생에게 지급해왔던 현금 지원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이들 지자체는 현금 지원이 꾸준한 인구증가 대책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지자체들이 지역인구를 늘리기 위해 전입 장려금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북 고창군과 경북 안동시는 올해부터 전입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을 시작했다. 강원 영월군, 충북 보은군, 단양군, 경남 밀양시 등은 지원 금액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현금 살포를 통한 인구 유입은 해법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심인선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금을 인구 유인책으로 쓰는 것은 인접한 도시 간 과도한 경쟁을 부르는 고육지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주거, 교육, 일자리를 통해 젊은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낮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