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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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해 손가락 하나 까닥 않겠다”… 프랑스 망명 시도한 러 탈영병들

전쟁 거부 러 탈영병들 “무기 내려놓을 기회 항상 있어”
탈영한 6명, 카자흐스탄 거쳐 프랑스 안착…망명 희망

우크라이나전에 동원됐다가 탈영한 러시아 군인 6명이 프랑스 AFP 통신에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참전 중인 러시아 군인들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러시아를 탈출해 인근 카자흐스탄에서 숨어 지내다 안전이 보장되는 프랑스에 도착해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됐다가 탈영한 러시아 군인 알렉산드르. AFP연합뉴스

탈영병 중 한 명인 알렉산드르(26)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을 때 충격에 빠졌다.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복무 중이던 그는 ‘군사 훈련’을 위해 부대원들과 함께 떠났다가 자신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대 지휘관들은 열흘 안에 군사 훈련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알렉산드르는 탈영을 선택했다. 그는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통신 업무를 담당했다.

 

직업 군인이었던 미하일(가명)은 전쟁이 발발한 날 모든 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일(전쟁)을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몇 달 동안 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에 저항했다가 군사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결국 선고를 며칠 앞둔 지난해 5월 도주했다.

 

도로 작업자였던 안드레이 아모노프는 어느 날 상사에게 해고 통보와 함께 “전선으로 가거나 아니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군사 훈련을 받기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동남부 울란 우데로 갔다가 그곳에서 탈출했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이들은 인근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했다가 파리에 기반을 둔 ‘러시아 자유’ 등 인권 단체들의 도움으로 프랑스에 도착했다. 구소련 국가인 카자흐스탄이나 아르메니아 등에서는 신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언제든 러시아로 추방돼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2년 동안 발이 묶였던 아모노프는 “내내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러시아 탈영병의 프랑스 안착도 쉽지는 않았다. 이들이 프랑스의 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어 꼼꼼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러시아 자유’ 올가 프로코피에바 대표는 이들을 프랑스로 데려오는 데 1년간의 대화가 필요했다며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가 전례 없는 결정을 했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탈영병들을 환영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 동원령을 거부하고 프랑스로 피신한 러시아인들은 있었지만, 군인 출신 혹은 이미 징집됐다가 도망쳐 프랑스 입국을 허가받은 사례는 드물다고 AFP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에 안착한 러시아 탈영병들은 자신의 사례로 전쟁에 동원된 군인의 인식이 바뀌길 기대했다.

 

알렉산드르는 “내 사례를 본 누군가 군대를 떠나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선의 군대가 약할수록, 병력이 적을수록 전쟁은 더 빨리 끝나고 우크라이나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역시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고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무기를 내려놓을 기회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