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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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특별감찰관’ 요청… 尹 답변은 ‘함구’… 양측 ‘평행선’ 관측 [윤석열·한동훈 회동]

81분간 면담… 결국 ‘빈손 회동’

韓 빨간색 파일에 준비한 내용 담아
‘金여사 활동 중단’ 등 3대 요구 건의
대통령실·黨, 尹 구체적 반응 안내놔

韓 회동 후 결과 밝히지 않고 바로 귀가
당 지도부 “명확하게 답 들은 것 없어
용산에선 개선·변화할 생각 없는 듯”
대통령실 “듣는 자리… 향후 해법 모색”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1일 회동에서는 최근 한 대표가 제기해온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에 관한 논의가 주로 오갔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말을 경청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대통령실과 당 모두 함구로 일관했다. 양측은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갔다”(대통령실), “정부의 개혁과 외교안보 정책을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의힘)며 이날 회동에 의미를 부여했으나, 김 여사 문제에 관해서는 양측 의견이 서로 평행선만 달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향후 당정관계뿐 아니라 정국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분수령으로 평가된 이날 회동 이후에도 양측이 접점을 전혀 찾지 못한 채 각자 주장만 펼쳐 나간다면 여권 내부는 물론 정국 전반에 격랑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담소 나누며 차담 장소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10여분간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뒤는 홍철호 정무수석.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 해법 평행선 관측

 

한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줄곧 주장해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공개 활동 중단’, ‘의혹 진상 규명 절차 협조’ 세 가지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고 국민의힘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대표는 아울러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줄 것도 요청했다.

 

김 여사 문제가 당정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야권의 ‘탄핵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는 최대 악재로 부상한 만큼 수습책을 서둘러 내놔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김 여사 문제 해법을 주로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이날 악화하는 민심을 거론하며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이 1시간21분 동안 이어진 만큼 한 대표가 빨간색 파일에 담아 간 내용을 설명할 시간은 충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파일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께) 말씀드릴 것을 정리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박 비서실장은 말했다.

 

한 대표가 이날 추가로 제기한 특별감찰관 임명은 의혹 진상 규명 절차와 연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통화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필요해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이걸로 다 끝난다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이 있는 직책이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대표의 주장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김 여사의 사과 또는 입장 표명 △제2부속실 설치 및 김 여사 활동 가이드라인 정비 △공개 활동 중단 △대통령실 물갈이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제가 대통령 반응을 옮기는 건 적절치 않다”, “용산을 취재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실망한 친한계…당정 험로?

 

친한계는 이날 회동 결과에 적잖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 대표가 국회로 돌아와 회동 결과를 직접 밝히지 않고 바로 귀가한 것을 두고 “결과가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기대치를 낮춰 잡고 회동에 임했는데 3대 요구 중 명확하게 답을 들은 게 없는 걸로 안다”며 “용산이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괴리되는 쪽으로 나간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주장을 강하게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관계자도 “우리는 요구할 걸 다 요구했으니, 이제 대통령실에 공이 넘어간 셈”이라며 “오늘 상황만으로 봐서는 용산에선 별로 개선하거나 변화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라고 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호응이 없다면 야권의 특검 공세를 막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문제도 없고 변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라면 굉장히 실망스러운 상황 인식”이라며 “민심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고 할 경우 그런(특검) 여론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 대표 앞에서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차차 행동으로 옮길 여지가 있는 만큼 여권 일각에서는 향후 대통령실의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은 듣는 자리였다”며 “공식적으로 한 대표의 주장을 들었으니 앞으로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회동이 끝내 성과 없이 ‘빈손’으로 귀결된다면 향후 당정 관계 악화와 계파 간 갈등 심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친윤(친윤석열)계에선 “제2의 김 여사 악마화 프레임”(강승규 의원),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것”(김재원 최고위원) 등 반발이 나왔었다.

 

한 친윤 원외 인사는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불기소 처분했으면 그것에 맞춰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한 대표가 일을 계속 키우고 국민들이 ‘이게 진짜 문제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야권 주장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태영·김병관·김나현·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