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KBO리그 한국시리즈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나왔다. KIA와 삼성의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이 비로 인해 경기 진행이 힘들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남은 경기를 다시 치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정규시즌 1위 KIA와 플레이오프(PO)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KS에 오른 정규시즌 2위 삼성은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S 1차전을 치렀다.
이날 오후부터 빛고을을 적시기 시작한 비는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이 다가올수록 거세졌고, 66분이 연기된 끝에 오후 7시36분에야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과 삼성 선발 원태인은 1선발답게 팽팽한 투수전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8월24일 NC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골절 부상을 당한 뒤 정규시즌을 마감했던 네일은 58일 만의 실전 투구에서 부상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네일의 주무기 스위퍼(횡적 움직임이 극대화된 변형 슬라이더)가 이리저리 춤을 추자 삼성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네일은 5회까지 삼성 타선을 5이닝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스위퍼를 앞세워 탈삼진도 6개나 솎아냈다. 지난 PO 2차전에서 6.2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였던 삼성의 토종에이스이자 올 시즌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도 5회까지 2피안타 2볼넷으로 네일에 대등하게 맞섰다.
상황은 6회 들어 급변했다. 6회초 삼성의 선두타자 김헌곤이 볼카운트 2B-2S에서 네일의 스위퍼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힘껏 밀어쳤고, 타구는 110m 날아가 우측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0의 균형이 드디어 깨진 것.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은 “네일이 70~80구가 되면 힘이 살짝 떨어질 수있다”고 얘기했는데, 김헌곤에게 맞은 홈런은 딱 71구째 공이었다.
갑작스런 피홈런에 크게 흔들린 네일은 후속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줬고, KIA 더그아웃은 선택은 네일의 강판이었다. 그러나 네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현식도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KIA는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 상황 속에 비가 또 다시 변수로 등장했다. 가늘어졌던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고, 오후 9시24분부터 또 다시 경기가 중단됐다. 45분을 더 기다린 끝에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KBO는 오후 10시9분에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강우콜드에 의한 삼성의 승리가 선언되지 않고,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이유는 삼성의 득점이 6회에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의 득점이 1~5회에 났다면 강우콜드 선언도 가능했지만, 6회초에 득점이 나오면서 KIA에게도 6회말 공격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남은 경기는 22일 오후에 재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