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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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안부 공무직 정년 연장, 노동시장 유연화도 병행돼야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 2300여명의 정년을 최대 65세로 연장했다. 행안부가 최근 개정한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올해 만 60세인 1964년생의 정년은 63세, 1965∼1968년생과 1969년생도 각각 64세, 65세로 늘어난다. 중앙부처 중 공무직 전체의 정년을 연장하기는 처음이다. 앞서 서울시와 대구, 대전 서구 등 일부 지자체도 공무직 정년을 2∼5년 연장했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에서도 정년연장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년 이후 계속 고용은 가야 할 길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년 뒤 인구는 3600만명으로 줄고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국가쇠락을 막기 위해서는 고령 인구를 활용해 생산성 공백을 메우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노인빈곤의 퇴치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계속 고용 방식이다.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8%가 정년연장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노동계 주장처럼 정규직의 기득권을 확장하는 정년연장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연공서열식 호봉제 등 낡은 임금체계나 노동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불어난 인건비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청년채용 축소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7월 기술·정비직 근로자의 경우 정년 후에도 신입 사원 수준의 급여로 2년 더 일하는 방안에 합의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노사정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상생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고령자 취업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65세까지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유럽 등은 정년제도 자체가 없다. 우리도 기업과 근로자 여건에 맞는 계속 고용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주52시간제 개편, 성과 차등 보상과 직무급제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고령층의 경우 고용형태와 임금수준, 근로시간·방식 등을 노사 자율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고령사회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공론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