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만났다. 지난 7월30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 90분간 이뤄진 비공개 면담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24일과 9월24일에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마주했지만 여러 사람이 만난 자리라 독대는 이뤄지지 않아 현안을 내밀하게 논의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54분쯤 차에서 내려 파인그라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한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만난 두 사람은 파인그라스에서 어린이정원 근처까지 잔디밭을 10여분간 함께 산책했다. 여기서는 정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도운 홍보수석, 이기정 의전비서관 등의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두 분의 표정이 밝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고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순직 경찰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윤 대통령은 “경찰 영웅은 몇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면담이 당초 예정보다 다소 늦어진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 등과 관련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 접견 등 외교 일정으로 인해 늦었다고 한 대표에게 설명했다.
본격적인 면담은 파인그라스 안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파인그라스 내부로 이동해 긴 나무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잔디밭을 걸으며 미소를 띤 얼굴을 보였던 두 사람은 실내 면담에선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한 대표 옆에는 정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 대표는 당초 독대를 요청했으나 이날 성사되진 않았다. 본격적인 면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면담에선 양측이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차담을 위해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평소 즐겨 마시는 ‘제로콜라’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아이스 커피와 과일 등을 곁들여 70분가량 더 대화를 나눴다. 면담은 오후 6시15분 종료됐다. 이날 면담은 모두발언 공개나 기자들의 취재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