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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피부병 우후죽순”…안질환 유발 가능성도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피부·안질환 유발 가능
길병원 함승헌 교수 “환경보건 문제 관련 대책 필요”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전기차 2차 합동 감식. 연합뉴스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로 주민들이 피부 발진 증상 등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피부질환이나 안과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인천환경보건센터 부센터장)는 2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를 통해 새로운 환경보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월 인천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주민 1500여 세대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 등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약 900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파트 입주민들 중에는 여전히 피부질환과 안질환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로 인한 분진 가루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원인 모를 피부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 눈 충혈, 발열 증상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는 “피부 발진과 두드러기 때문에 치료받았다”, “딸의 눈이 심하게 부어 안과를 다녀왔다”는 등의 피해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현장. 연합뉴스

 

배터리 연소로 인한 대기 중 오염이 피부와 눈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위협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화재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피부질환 간의 상관성을 조사한 연구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과대학은 습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가지 기후 위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난 3월 알레르기 저널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산불에 의한 대기오염물질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안과질환뿐 아니라 호흡기,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시됐다.

 

전기차 배터리가 연소될 때에도 미세먼지, 유독가스 등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원과 비슷한 물질이 발생한다.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불화수소(HF)는 강한 부식성과 독성을 지닌 가스로, 피부와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국제접촉피부염연구회(ICDRG)의 분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 요소인 니켈(Ni)과 코발트(Co)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함 교수는 “전후 과정 등 이번 화재를 전반적으로 돌아봤을 때 피부질환이나 안질환 등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가천대 길병원 제공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배터리 화재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관련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 교수는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환경보건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 기준 강화와 화재 시 대응 및 대처 매뉴얼 개선, 환경보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 책임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효과적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주민들에게 현 상황과 잠재적 위험, 대처 방법에 대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