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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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밖으로 쫓겨나는 전기차주들, 당국 “충전시설 지상에 설치하라”

공공건물부터 설계 반영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공공건물 전기차 충전시설은 지상에 설치되고, 화재를 대비한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보급된다.

 

조달청은 전기차 화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2일 이런 내용의 '공공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및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난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주민 1500여 세대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 등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약 900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피부질환과 안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이런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먼저 공공건물 설계단계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 설치를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여건상 지상 충전시설 설치가 불가한 경우 지하 1층 주차장에 설치하되 옥외 접근과 연기 배출이 쉬운 진출입로 주변 장소에 충전시설을 우선 배치한다.

 

지하 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이어서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발생 시 연기와 열 배출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른 건물과 내부 도로, 소화설비 배치도 설계에 반영한다. 화재진압용 소화설비도 대폭 강화해 충전시설 상단에 습식 스프링클러와 연기감지기,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계에 반영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장치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배터리가 내장된 전기자동차와 전동차의 배터리 주요 정보를 제품 규격서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전기차 등의 화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등에 대한 혁신제품 발굴과 보급도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차량 구조상 리튬배터리에 직접 소화액 살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하부와 배터리 팩을 관통해 배터리 내부 화재 지점에 직접 소화액을 살포하는 제품을 올해 혁신제품으로 지정했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공공분야에서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공건물과 전기차 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며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피부질환이나 안과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인천환경보건센터 부센터장)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인한 분진 가루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원인 모를 피부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증상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연소할 때에도 미세먼지, 유독가스 등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원과 비슷한 물질이 발생한다.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불화수소(HF)는 강한 부식성과 독성을 지닌 가스로, 피부와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국제접촉피부염연구회(ICDRG)의 분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 요소인 니켈(Ni)과 코발트(Co)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함 교수는 “전후 처리 과정 등 이번 화재 사고를 전반적으로 돌아봤을 때 피부질환, 안질환 등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다”며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환경보건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