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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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블루칼라 몸값 더 높아질 것… 직업계고 혁신 고민해야” [세계초대석]

저출생·고령화로 노동 인력 품귀 현상
한국 직업·교육 간 매칭 OECD국 최하위
조기 진로상담·직업체험 등 도입 필요

국가기술자격 응시자 1년새 10% 증가
50대 이상 수험자 무려 22% 넘게 늘어
자격증으로 노동시장 재진입 현상 판단

“앞으론 ‘블루칼라’(생산직)의 몸값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머지않아 블루칼라가 화이트칼라(사무직)보다 더 대우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숙련기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이사장은 기술 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숙련기술 르네상스 시대’를 앞당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남제현 선임기자

그의 말처럼 미국에서는 배관공, 자동차 수리공, 용접공 같은 육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블루칼라의 고용 안정성이 화이트칼라보다 더 높다고 여기는 추세다.

 

이 이사장은 “저출생,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력이 줄어 노동력 품귀 현상까지 더해진 결과”라며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생산직 채용 경쟁률이 치솟는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일례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시장 양극화, 즉 이중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해 이는 개선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노동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자격시험, 외국인고용지원, 해외취업 및 숙련기술장려 등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 공단이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만 493종목, 전국자격시험은 37종목이며, 연간 응시 인원은 약 45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매해 늘어나며, 입국 전 사전 교육 지원 기관으로서의 책임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해 1년 가까이 공단을 이끌고 있는 이 이사장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남부지사에서 22일 만났다.

―언급한 ‘숙련기술 르네상스 시대’가 곧 온다고 보나.

 

“손자가 30개월인데, 그 아이가 살아갈 사회는 그렇게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의사만, 공공기관만 가려고 하는 사회가 계속되면 나라가 힘들어진다.

 

우려되는 점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직업 교육이 잘된 유럽 중 특히 독일, 스위스 등을 보면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선생님이 (대학 진학을 위한) 학업을 계속할지, 기술직을 택할지 물어본다. 물론 그 나라에서는 기술직을 택해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간 임금 격차가 벌어져 있다. 대책은 성공한 숙련 기술인들이 본보기로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총 708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배출했다. 명장으로 선정되면 일시장려금 2000만원에 명장패, 국외 산업시찰 기회 등이 제공된다. (명장 배출에) 그치지 않고 숙련기술을 바탕으로 성공한 벤처기업인 등 다양한 롤모델이 나와야 한다.”

 

―숙련기술 르네상스를 앞당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공단도 노력해야 하지만, 교육부와 손잡고 직업계고가 혁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와 긴밀하게 만나고, 소통하고 있긴 하다.

 

사실 노동시장의 미스매칭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한국은 압축·경쟁 성장 속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했다. 대한민국의 직업과 교육 간 매칭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조사 대상 30개국) 중 최하위(30위)이고, ‘직업·기술적 역량’은 28위다. 산업역량과 교육의 매칭률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조기 진로상담을 제도화하고, 직업체험 등 효과적인 직업역량 개발이 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청년의 조기입직과 다양한 경력개발 모델도 제시돼야 한다.

 

―‘롤 모델 만들기’에 대한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최근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봤다. 출연 요리사들 식당 예약이 급증하고 인기가 대단하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롤 모델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있는 종목도 ‘흑백요리사’처럼 만들면 국민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지난달 프랑스 리옹에서 열렸는데 소회는.

 

“올림픽이 열리는 4일 내내 하루에 2만보 넘게 돌며 62개 종목을 다 봤다. 올해 한국은 49개 종목에 출전해 금·은·동 총 32개 메달과 11개 우수상을 획득했다. 종합 2위다. 1위는 중국, 3위 대만, 4위 스위스, 5위는 프랑스가 차지했다. 제과제빵은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은메달을 땄다. (우리나라가 우수한) 종목을 보면 피부미용, 패션, 용접, 클라우드컴퓨팅, 사이버보안 등 정말 다양하다. 결과도 의미 있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기술과 기능을 배우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론도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배우는 선수들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많은 청년이 도전을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기술자격 응시 인원이 매해 늘고, 50대 이상 수험자도 증가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자격증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고 본다. 지난해 국가기술자격 검정형 필기시험 및 과정 평가형 자격 응시자는 총 231만7887명으로 2022년 대비 10.7%(22만3169명) 늘었다. 특히 50대 이상 수험자 규모는 22.2% 증가했다. 자격증을 갖고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50대가 선호하는 국가기술자격은 지게차운전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전기기능사, 굴착기운전기능사 순이다. 별도 자격 요건이 없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동시에 일자리 현장과 밀접한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민간 자격증 난립’은 문제로 꼽힌다.

 

“민간 자격증도 ‘질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자격 제도는 국가 자격과 민간 자격으로 구분돼 있는데 국가 자격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주무 부처 장관)이 관련 법령에 따라 신설해 관리 운영한다. 민간 자격은 등록 민간 자격(5만5741개 종목, 1만5633개 기관), 공인 민간 자격(96개 종목, 59개 기관)으로 구분해 국무총리 산하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관리한다. 등록 민간 자격은 매년 4000∼5000개 종목이 새로 등록되고 있다. 올해만 4787개가 등록되고, 660개가 등록 폐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자격의 효용성뿐 아니라 국민의 금전 피해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허가제가 올해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비전문 취업(E-9) 배정 규모도 올해 최대다. 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공단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이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로 200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0만명이 입국했다. 올해는 9년 만에 송출국이 1곳(타지키스탄) 추가돼 17개국으로 늘었다. 송출국과 배정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인력 도입 기간 단축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지난해 모바일 기반으로 인터넷 연결 없이도 한국어시험을 볼 수 있는 평가시스템인 디지털 평가시스템(UBT)을 8개국에 도입했다. 이들 국가에서 시험 신청부터 결과까지 나오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이 기존 125일에서 47일로 줄었다. 올해 11개국으로 UBT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력 확대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외국인력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외국인력이 국내에서 소비하면서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데, 번 돈 중 많은 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한 영향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 외국인 인력이 급격하게 늘어날 땐 문화적 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 불법 체류 문제도 그렇다. 현재 E-9 인력의 17%가 불법 체류로 빠진다고 하지 않나. 이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시장에 남아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도 잠재적인 노동력이 될 수 있을까.

 

“대학들이 들으면 싫어할 이야기인데, 지방에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대학이 많다. 이런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점 딸 의지도 없다. 이들을 고급인력으로 보긴 힘들다. E-9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들에게 국가기술자격을 갖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필리핀 가사근로사 시범사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확실한 건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저출생도 문제지만 고령화로 간병인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은 로봇 간병 등 시니어케어 서비스가 우리보다 20년은 앞서갔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이 간병인 (노동력 확보를) 놓고 전쟁을 벌일 판이다. ‘돌봄’이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명칭이나, 비자 등 논란이 되는 점들이 있다면, 시범사업을 거쳐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은 임기 목표는.

 

“조직문화혁신이다. 공공기관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성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민간기업처럼 효율성을 갖게 하고 싶다.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전 직원들이 하는 일에 소명의식을 느끼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열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성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로 보여줄 것이다. 폴리텍대학에 몸담았을 때 3년 연속 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공단이 C등급을 받았는데 잘 방어했다고 보고, 올해는 한 단계 점프하는 게 목표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1960년 출생 ●한양대학교 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공학 박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동반성장위원회 자문위원 ●고용노동부 옴부즈만 위원회 위원장 ●제7대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제16대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2023년11월∼)


대담=엄형준 사회부장, 정리=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