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외부 이전 추진으로 논란이 됐던 홍범도 장군 흉상(사진)을 육사에 남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현재 설치되어 있는 충무관 앞에서 육사에 새로 조성하는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사는 독립운동, 한·미동맹, 육사 출신 전사자 등을 주제로 하는 기념공원을 교내 곳곳에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육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내 기념물 재정비계획을 조만간 확정해 육군본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형균 육군사관학교장은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 감사에서 홍범도 흉상과 관련해 “육사 내부적으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존치시켜야겠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위치는 현재보다 조금 더 선양하기 적절한 곳으로, 육사 내에서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 흉상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다른 4명의 독립운동 영웅 흉상과 함께 육사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설치됐다. 육사는 지난해 8월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에 따라 홍 장군 흉상은 외부로, 다른 독립운동 영웅 흉상들은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육사에 설치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당시 육사와 군 당국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면서 흉상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와 육군은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내에 두겠다고 확정할 경우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복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육사 내 홍 장군 흉상 재배치에 대해 “국군의 뿌리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시도”라며 관련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육사 측은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내) 존치 여부와 이전 관련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양한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