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스스로 부정적 감정을 관리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진이 불안애착 성향의 사람들을 위한 감정 관리 디바이스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차중 교수(디자인학) 연구팀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부정적 감정을 완화할 수 있는 디바이스(기계적·전기적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불안애착 성향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국내 인구의 약 20%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일상에서 부정적 감정을 완화할 방안을 찾다가 감정케어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먼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한 뒤 다이어리 작성과 그룹 인터뷰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9가지 상황을 확인했다. 그중 ‘성취 부족’과 ‘자기 비하’, ‘미래 걱정’ 등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 가지를 골라 5명의 디자이너와 해결책을 모색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아이디어 중 질문이 인쇄되고 펜으로 답변하는 디바이스를 최종 선정했는데, 이 디바이스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긍정적 사고를 유도하며 문제를 성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 디바이스를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에 설치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부정적 감정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전문가 심리 상담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디자인 학술지 ‘국제디자인저널’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