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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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강달러의 귀환… 환율 1380선 뚫었다

원·달러 환율 연고점 1400선 위협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북 파병 등 지정학적 위기 겹쳐 달러 강세
연준 인사들 “금리 점진 인하” 발언 힘 보태
시장선 “일시적으로 1400원 돌파할 수도”
3분기 성장률 부진 전망도 원화 약세 영향

외인 4521억 순매도… 증시 하락 충격파

트럼프발 강(强)달러가 돌아왔다. 원·달러 환율이 80여일 만에 장중 1380원선을 뚫어 연고점인 14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중동 정세 불안 및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투자자도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30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여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9.1원으로 개장한 뒤 곧바로 1380원을 터치했다. 장중 138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전일보다 4.9원 상승한 138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7월30일(1385.3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뒤 원·달러 환율은 9월27일 1310.1원까지 떨어졌었다.

 

최근 들어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트럼프 트레이드’ 장세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우려에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현지시간) 4.194%로 급등했다. 지난 7월 하순 이후 최고치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장중 104.0을 넘어 지난 8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 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 강세에 힘을 실었다.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인 1400원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4월16일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장중 1400원을 터치한 바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가 되면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당선보다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이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정책을 활용한 양호한 성장과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달러화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적극 펼치지 않는 이상 내년 원·달러 환율도 1270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원화 약세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는 글로벌 이벤트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 중동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북한군의 파병 및 북한의 군사분계선 폭파 등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3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이 앞서 내놓은 전망치인 0.5%(전 분기 대비)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시장에선 3분기 성장률이 0.2∼0.3%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럴 경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돼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이날 1.31% 하락한 2570.70으로 장을 마쳤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달러 강세 등에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953억원, 307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다시 2500선으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이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4874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2.84% 하락한 738.34를 기록했다. 역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68억원, 1415억원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약세 흐름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이날 약세장에 영향을 미쳤다.


김수미 선임기자, 안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