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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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회동 다음 날 친한계 긴급 소집… 심리적 분당 가속화 [尹·韓 면담 후폭풍]

尹·韓 면담 후폭풍

尹 면담 내용 공유하고 대응 논의
참석 의원들 “상황 심각성 인지”
“尹, 같은 당으로 생각하나” 불만도

“김여사 특검법 이탈표 위기감”
친윤계 “압박하나” 불쾌감 표출

23일 첫 확대당직자 회의 주목
‘여당발 특검법’ 대안 가능성 제기

어렵사리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만남이 빈손으로 끝나며 여당의 심리적 분당 상태가 가속화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한 윤·한(윤석열·한동훈) 회동 후폭풍이 당내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세력 결집에 나섰고, 시선은 여당 의원 8명만 이탈표를 던져도 통과 가능한 김 여사 특검법에 쏠린다.

 

한 대표는 ‘윤·한 회동’ 다음날인 22일 오전 예정됐던 공개 일정을 당일 취소했고, 회동에 대한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의 입장차를 재확인한 한 대표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회동은) 당과 대통령실의 상황 인식에 대한 극명한 온도 차이와 현재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앞으로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서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당으로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 강화군수 당선 인사 후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회동 후 첫 입장을 밝혔으나,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신 한 대표는 즉각 당내 세 규합과 내부 결속에 시동을 걸었다. 당장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소집해 열린 ‘번개 만찬’에서 전날 회동 내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6선 조경태 의원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만났을 때 여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향후 정국에 대한 엄중함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당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정성국 의원은 “실제로는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이 한 30명 가까이 된다”면서 “번개를 하더라도 몇 시간 만에 20여명이 모이는 정도가 되니까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지난 6일 친한계 첫 단체 만찬에 없었던 김상훈 정책위의장, 최보윤·안상훈 의원 등 현역의원 21명과 김종혁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또 한 대표는 2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확대당직자회의를 연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선출직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을 제외하면 참석자 대부분은 한 대표가 임명한 친한계 인사들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방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친한계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친한계도 야당이 주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이탈표 우려를 표명하고 물밑에서는 특검법 통과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특검법 절대 불가”를 외치는 친윤계와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 원내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남제현 선임기자

앞서 한 대표는 회동에서 ‘3대 요구’(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검법 방어 명분이 약화돼 이탈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특검법 통과를 저지한 여당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특검법에 찬성한다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이 우리 (같은) 당으로는 생각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야당발 특검법 통과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한 대표가 여당발 특검법 등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의원은 “채상병 문제 때 제삼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삼자 특검이란 해법으로 갈 수도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특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 측의 태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은 TV조선 유튜브에서 “한 대표나 한 대표 측근에서 이걸(특검법) 지렛대로 삼아가지고 자신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윤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특검법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유지혜·김병관 기자, 강화=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