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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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K컬처밸리 정상화에 거는 기대

K콘텐츠 인프라 개발 사업
CJ·경기도 협약 해제로 타격
기반 시설 구축 등 서둘러
소프트파워 전진기지 삼아야

2020년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PwC는 2019∼2024년 전 세계 음악 시장 매출이 연평균 3.51%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2.37%다.

K팝이 글로벌 문화 시장을 주도하고, K팝 스타가 글로벌 스타 위상을 굳힌 시대인데 한국 시장 성장률이 세계 평균에 못 미친 게 의아하다. 한국의 공연장에 그 의문의 답이 있다.

나기천 산업부장

한국엔 1000개가 조금 넘는 공연시설이 있는데 이 중 40% 가까이가 서울에 몰려 있다고 한다. 또 서울 공연시설의 절대다수는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소규모 극장과 공연장이다.

PwC는 세계 음악 시장 규모 절반 이상이 라이브 공연 매출이라 설명했다. 당연히 대규모 공연장이 있는 나라와 소규모 공연장이 다수인 나라가 버는 돈이 다를 수밖에 없다.

K팝 아티스트는 국내서 대형 공연을 하려면 서울 송파구 KSPO돔과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을 찾는다. 이는 각각 체조경기장과 야구장, 즉 체육시설이다. 체육 행사에 우선 배정되기에 공연은 제한적인 기간만 가능하다.

경기 고양시 CJ라이브시티와 서울 도봉구 서울아레나가 건립되면 문제가 다소 해결될 줄 알았다. 이 중 CJ라이브시티에 탈이 났다. 경기도의 K컬처밸리 사업이 원점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K컬처밸리는 아레나와 상업·업무·숙박·관광시설 등을 조성하는 국내 유일의 K콘텐츠 인프라 개발 사업이다. 한국 소프트파워 확산, K콘텐츠 팬덤의 전진기지가 될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50여개월 동안 각종 인허가 지체와 대용량 전력 공급 불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민간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와 경기도 사이 사업 협약이 최근 해제됐다.

때문에 사업 성패는 이제 전적으로 경기도에 달렸다. 산업 성장에 인프라는 기초이자 필수 토대다. 문화 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경기도는 행정 권한을 적극 활용해 기반시설 구축 등을 책임지고 신속 완료해야 한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아직 살아 있는 건 다행이다. CJ라이브시티는 K컬처밸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기여한다는 뜻에서 협약 해제 불복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한편, 17%의 공사가 진행된 아레나 시설의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민간사업자가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사업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문화 산업 도약의 싹을 잘라버릴 수는 없다는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결단이다.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어 대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아레나와 같은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국민 지지와 공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공연·문화 생태계가 구축되면 관광객, 예술인, 공연장, 관광지 등도 상호작용하며 경제효과를 누린다. K컬처밸리는 개장 후 10년간 약 30조원의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K팝 스타들이 음악 장르를 넘어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영역의 트렌드세터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키운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세계적인 문화 현상과도 융합된다. 기생충과 BTS, 오징어게임과 같은 대중 예술에 이어 순수 예술 문학서 노벨상 고지까지 밟은 나라가 한국이다.

K콘텐츠의 승승장구와 달리 이를 즐기고 교류할 번듯한 장이 없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대형 음악 전문 공연장의 부재로 해외 아티스트의 코리아 패싱이 부지기수다. 세계 어디서나 환대받는 K팝 스타들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의 국내 체육시설 대관 허가를 기다리는 현실도 우습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가 손꼽는 K컬처의 성공 요인이다. 자유와 창의의 가치가 우선 고려되는 문화 콘텐츠 산업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17% 진척된 아레나만이라도 더 간섭 말고 지원해 공사 재개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것이 문화강국 면모를 무색게 한 국내 문화 인프라 현황에 대한 걱정을 기대로 바꾸는 방법이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경기도의 신속한 사업 재개를 당부한다.


나기천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