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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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실 “우크라에 공격 무기 제공 검토”, 북·러가 자초한 일

대통령실이 어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단계별로 공격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지원 대상을 인도적 물자로 한정하고 무기 제공에는 선을 그어 온 데에서 한 발 나아간 입장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특수부대를 파병해 러시아의 침략 전쟁 수행을 노골적으로 돕고 나선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공격 무기가 지원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자초한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3일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가 3년째 전쟁을 끌어가는 배경에는 바로 나토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한국에도 무기 제공을 간절히 호소했다. 나토 역시 우리 정부에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함께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6·25전쟁 당시 자유 진영 국가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수출로 경제 발전을 일군 한국이 국제사회의 요청에 마냥 눈을 감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그제 북한군 파병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규정했으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일 뿐이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맺었다. 북한군 파병은 이 조약 규정이 실행에 옮겨진 첫 번째 사례라고 하겠다. 향후 러시아는 북한에 각종 첨단 군사 기술 제공 등으로 보은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며 한반도 유사시 북한 편에서 직접 개입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나날이 급변하는 만큼 우리의 대응도 전과 달라져야 한다. 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일 보듯 해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나토와 실질적 대응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우리 정보기관과 국방부 인력으로 꾸려진 팀이 나토에 파견될 전망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여럿이 힘을 합치고 중지를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 나토와의 협력 아래 우크라이나 전선의 북한군 동태 및 전술을 철저히 파악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보탬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